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즉각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나서라!
지난해 10월 17일,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병승, 천의봉씨는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인정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송전철탑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가 노동부의 판정과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대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면 두 노동자가 철탑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병승, 천의봉씨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탑 위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1년이 멀지 않은 296일째가 되어 철탑에서 내려왔다. 다행히 두 농성자는 일상적인 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음에도 땅 위에서의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에서는 자본의 악행과 이를 방관한 국가권력에 절망감을 느낀 젊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그 당사자인 박정식 열사가 차가운 냉동고에 갇힌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열사 대책위는 현대자동차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아예 이를 묵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4년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고, 2012년에는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최종 판결을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로 대응했다. 검찰에서도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현대자동차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런 현대자동차의 몽니는 철탑농성 296일 동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의 위악스런 버티기와 검찰의 파렴치한 모르쇠 전략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 스스로가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사용자로서의 응당한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신규채용이라는 편법으로 현대자동차 비정규노동자를 갈라치고 있다.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 자본인 현대자동차의 오만에 다름아니다.
철탑농성은 끝났지만 지난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마트가 다시 불을 지폈던 불법파견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에도 불구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수리 기사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했다. 케이블업계 2위 업체인 태광그룹 티브로드에서도 위장도급 형태로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린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헌법재판소는 불법파견 처벌조항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중앙정부의 외면과 자본의 탄압 속에서도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사회적 조건들이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파견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대다수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박탈과 직결된 문제이다. 철탑농성으로 불법파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더 이상 현대자동차의 파렴치한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두 노동자가 지상을 딛은 만큼 이제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화두인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미뤄선 안된다. 때마침 희망버스를 비롯해 불법파견 근절을 열망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힘보태고자 하는 사회적 연대의 힘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현대자동차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과 힘찬 사회적 연대 앞에 결국 굴복하게 될 것이다.
범법자 정몽구 회장에 대한 분노와 사내하청 정규직화의 열망으로 8월 31일 희망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희망버스는 법 위에 군림하며 폭력을 일삼아온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굳건하게 달릴 것이다. 센터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더 이상의 범법 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3년 8월 16일
한 국 비 정 규 노 동 센 터
[별첨]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철탑농성 중단 기자회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