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6. 10항쟁 26주년, 폭력적인 농성장 강제철거를 규탄한다
2013년 6월 10일. 6.10 항쟁이 벌어진지 26년이 지났다.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26년 전 오늘을 비웃듯 서울에서는 대대적인 농성장 ‘청소’가 이루어졌다. 6월 10일 하루 동안 철거된 농성장이 세 곳이며, 연행자는 모두 16명이나 발생하였다. 이 외에도 경찰에 의해 다친 이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헤아리기 힘들다.
죽어간 쌍용자동차 24명을 애도하고, 수많은 시민들의 마음이 모여 있던 대한문 분향소는 경찰과 중구청의 합동작전에 의해 처참히 철거되었고, 이 과정에서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을 포함한 5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연행되었다. 강제철거 이후 쌍차 범대위에서 진행하려 했던 긴급 규탄 기자회견 역시 경찰의 방해에 의해 무산되었다. 경찰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연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연행된 이들 중에서는 성직자도 포함되어 있기에 그 야만성과 폭력성에 치가 떨릴 뿐이다.
대한문만이 아니다. 대한문 건너편에서 2,000일 가까운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는 재능교육 환구단 농성장도 같은 시간, 중구청에 의해 철거되었다. 양재동에서 50일 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농성장을 빼앗겼다. 본래 농성하던 하나로마트 앞에서 30미터 이상 밀린 현대차 노동자들은 밥을 먹으러 가는 것마저 단체로 움직인다는 이유로 저지되는 웃지 못 할 일들도 있었다.
새누리당은 6월 10일 국회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6월 정신을 바탕으로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갈등의 골을 극복해 국민대통합의 대한민국을 이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월 10일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은 새누리당이 말하는 ‘국민대통합’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잘 보여준다. 불법파견 노동자를 10년 넘게 사용해 온 범법자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지만 불법시정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노동자들은 사지가 들려 쫓겨난다. 새로운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국정조사의 필요성은 확연해졌지만 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함께 살자’고 일 년 넘게 길바닥에 내던져진 노동자들을 연행하고, 때리는 것에는 거침이 없다. 계열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회사는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지만, 길거리에서 2,000일 째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쉽게 짓밟힌다. 사용자의 범법행위는 침묵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은 탄압하는 것을 어찌 국민대통합이라 볼 수 있겠는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6월 10일 서울에서 벌어진 야만적인 행위에 분노한다. 그것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6.10 항쟁이 벌어졌던 그 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경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국민대통합은 길거리에 나와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속에 있다.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는 것, 범법자 정몽구를 처벌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법적으로도 확인된 학습지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원상회복 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2013년 6월 11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