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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의 결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제 기만적인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대타협판에서 빠져나오라
이미 시한을 넘긴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대타협 협상이 중요한 국면을 맞았다. 한국노총이 일시 교섭 참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노사정 협상에서 노동계를 유일하게 대표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결단해야 한다. 현재의 기만적인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대타협 구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것만이 최선이다.
한국노총이 현재의 노사정위원회 협상틀에서 빠져나와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첫째, 지금 협상장에는 민주노총이 빠져있을 뿐 아니라 양대노총 바깥의 핵심 조직노동인 청년노조들과 여성노조 등의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 한국노총이 어떤 수위에서든 타협한다면 거센 사회적 비판은 물론이고 미약한 조직율로나마 노동계를 대표하고 있는 조직노동의 분열은 불가피하다. 전형적인 적전 분열이다. 둘째, 올해 양대노총의 핵심 공동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가 이미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의 일방적인 합의를 강행할 경우 공동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내부 주요 투쟁동력의 반발이란 과도한 위험 부담까지 감내하면서 노사정 대타협을 밀어붙일 명분은 이미 사라졌다. 챙길 실속도 없다. 셋째, 현재의 노사정위원회 협상판은 노사정 대타협과는 아득하게 거리가 멀다. 대기업 재벌 자본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반노동정책 관철을 위한 통과의례일 뿐이다. 정규직 과보호론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위한 핵심 쟁점을 희석시키는 정부의 책략에 말려드는건 어리석다. 넷째, 지금 이미 다 빼앗겨 실신 직전에 있는 노동자들이 타협으로 얻을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무얼 얻기 위해서라도 취약하기 짝이 없는 노동의 힘을 최대한 모아 협상에 임하는게 마땅하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최저임금 대폭인상이란 호재가 상반기 최대 이슈로 부상되고 있는데 노사정 대타협이란 허울에 붙잡히는건 하책에 불과하다.
현재의 노동시장의 어려움은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피상적인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통계에서 증명되듯이 본질은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기업 집단 중심의 분배구조에 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불평등해질 정도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을 필두로 한 재벌 자본이 나눠야 할 경제성장의 과실을 독식한데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정부와 경총이 강조해온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은 정규직노조를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잘못된 프레임일 뿐이다. 1997~8년 미증유의 경제위기의 고통을 전담한 노동자들이 위기 탈출 이후에도 매번 구조조정과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으로 바닥를 향한 경주에 시달려왔다. 경제위기 시기 발생하는 손실을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해온 역대 정부와 현정부의 노동정책의 근간을 바꾸지 않으면 늘 그랬듯이 노동자가 또 다시 희생당할 수 밖에 없다.
이제 관성화된 이 지긋지긋한 노동자 배제 구조를 벗어나려면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제위기의 손실이 노동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는 것을 막고 마땅한 사회적 책임을 기득권 집단에게 물어야 할 중요한 책무가 바로 노동조합에게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대노총은 전체 노동자와 조직노동을 대표하는 핵심이다. 민주노총이 4월 총파업을 선포하면서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선 만큼 한국노총도 노사정위 내로 국한돼 정부-자본 주도로 왜곡된 협상틀에 연연해하지 말고 자신의 본분에 맞게 역할해야 한다. 지금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중심으로 한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 의제가 가장 중요하다. 새누리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국회 입법 조건을 보더라도 입법 정책 과제는 중장기 전망 속에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대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사회적 대화 틀에서 재개하는게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다. 한국노총은 5월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1997~8년 이후 줄곧 빼앗겨온 노동자들의 권익을 양대노총 공조와 시민사회의 연대로 되찾을 절호의 기회가 올해 주어졌다. 그래서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에 더욱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현 정세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와 권리를 쟁취하는데 명백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로 노동시장 구조 개선 논의를 바로잡으려면 한국노총이 작은 차이를 뛰어넘어 최저임금 대폭 인상 투쟁을 핵심으로 민주노총과 힘을 모으고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적 압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는게 우선이다. 이번주 한국노총은 기만적인 노사정 대타협 협상장에 발을 다시 디딜 게 아니라 노동 존중 사회 건설을 갈망하는 모든 시민사회세력과 거대한 연대전선을 구축하는데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지금까지 협상장에서 홀로 고심해온 고충이 컸겠지만 지금은 명료하게 결단할 때다.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1천만 장그래들이 한국노총의 유일한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재벌에게 경제위기와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원점에서 노동이 주도하는 노사정 협상판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자본 중심 정부 대책을 관철시키는 통과의례 집단으로 다시 전락한 노사정위원회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한국노총이 협상장 복귀 없이 민주노총 등과 함께 전체 1900만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변하는 역사적 소임에 충실하길 촉구한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협상장 완전 철수가 올해 노동자 투쟁과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한국노총의 노동자조직다운 온당한 결단을 기대한다.
2015년 4월 5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