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고의 책임은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에 있다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 2016년 구의역, 세 번째다.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피해자는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는 용역업체의 노동자다.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전동차에 치여 죽었다. 안전 메뉴얼이라는 게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3년 전 성수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 메뉴얼을 지켰더라면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 이야기 했다. 안전한 지하철 운행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도어인 만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선 원청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비용절감보다 중요한 안전을 위해 외주화된 스크린도어 업무를 직영화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를 했다. 1년 전 강남역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전 메뉴얼을 지켰거나, 원청이 전동차 운행과 하청의 정비 과정에 대해 소통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 이야기했다.
불행하게도 3년 전 성수역 사고는 2인1조 정비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비정규노동자의 책임으로 마무리됐다. 강남역 사고는 아직도 수사 중에 있다. 세 건의 사고가 판박이처럼 똑같은 걸 보면 이번 사고도 책임 있게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망한 비정규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채, 원청인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는 용역업체 뒤로 숨어버렸다. 무능력한 사회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2인1조 정비 원칙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인력을 충원하고, 긴급 상황을 이유로 위험을 무릅쓰고 홀로 정비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상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최저가낙찰제를 ILO가 권고하는 최고가치낙찰제 등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들이 모두 정규직인 5-8호선에서는 이러한 사고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안전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고용형태가 중요한 이유다. 외주화 방식으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협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소한 안전관련 업무는 직영화해야 한다. 스크린도어뿐만 아니라 전동차의 결함을 수시로 정비하는 경정비 등의 외주화된 업무도 모두 직영화해야 한다. 직영화를 위해선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물론 자회사 방식으로 직영화를 추진한다는 논의가 있다. 그러나 자회사 방식으로는 노동조건 개선이 미미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원청 노동자와의 노동조건 격차가 해소되지 않아 여전히 차별이 존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오로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에 맞게 고용안전과 노동조건 개선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직영화가 이뤄져야 한다.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안전 메뉴얼이나 CCTV, 원청과의 협업 중 단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비정규노동자를 죽음에서 구할 수 있었을 거라 후회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제는 단 하나가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이중 삼중의 보호 장치로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지만 또 다른 죽음을 막아야 한다.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는 통렬하게 반성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6. 5. 31.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