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다고 표 안 준다
고용노동부는 총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이하 기간제 가이드라인)과 사내하도급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하 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간제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고용 안정을 위해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한다는 것과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포터즈를 구성하여 가이드라인 준수협약을 체결하고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한편으로는 근로감독 시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도급 가이드라인은 원청 노동자와의 임금, 노동조건 등에서 차별이 없도록 노력한다는 내용 등이다.
겉보기엔 고용노동부가 간만에 ‘노동’부로서 제 역할을 한 것 같지만 진정성과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은 지금과 같은 비정규직 사용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2년 사용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선량한 사용자의 역할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법을 통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때문에 강제력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기간제노동자의 고용안정을 꾀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고용노동부조차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집행력이 담보되지 않을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하도급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다. 원청 노동자와의 차별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나, 강제력도 없고 근본적인 대책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있으나 마나 한 발표에 불과하다.
총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집권여당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특히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포함한 8개 사회·학술단체가 6개 정당에 비정규직 권리입법과 관련해 공개질의 한 결과, 새누리당은 상시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원칙과 고용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대의 근거로는 상시 업무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소모적 논쟁이 우려되고 오히려 고용경직성이 강화되어 산업 경쟁력 약화 및 고용총량이 감소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에 대해서는 기간제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구제절차를 정했기 때문에 개정의 실익이 없고,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같은 고용형태이므로 차별의 범주로 포함하는 게 불명확하다고 했다.
불과 몇 주 전의 새누리당 입장이 이러한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와 배치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노동개혁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의 가속화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하며 마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포장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공개질의 결과에서도 확인한 것처럼 노동개혁의 주요 내용인 기간제 사용기간 4년 연장과 파견허용 확대는 새누리당을 제외한 5개 정당에서 모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반대하는 노동개혁을 정부와 새누리당이 앞장 서 추진하고 있고, 그 수단으로 이번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이다.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거짓말로 정치적 이해를 달성하려는 고용노동부의 행태가 한심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으로는 비정규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차별해소를 지킬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그리고 박탈감에 시달리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을 직시하고,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대안과 입법으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장 먼저 입법과제로 올라 와 있는 기간제 사용기간 4년 연장과 파견 허용 확대 등의 비정규직 양산입법 시도부터 중단해야 한다.
2016.4.8.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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