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즉각 수용하라
간접고용.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제3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를 이용하는 고용형태다. 기업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간접고용은 사용업체와 고용업체가 애매해져 노동자에 대한 ‘법적 책임’과 ‘사용자 책임’이 모호해지고 왜곡된다. 특히,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사용주의 책임이 결정권한 없는 하청사용자에게 전가되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가 악화돼오면서 사회적 선결과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 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위험의 외주화 개선,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근절,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 권고는 2016년 구의역 김군,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죽음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산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되고 고착돼 산재 사고가 일상이 된 위험한 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인권위의 권고안은 의미있는 진전이자 최소한의 권리 보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29일 고용노동부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사실상 권고 불수용인 ‘중장기 검토’로 답변했다. 기업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간접고용을 오․남용하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 것처럼, 고용노동부가 인권위의 권고안을 ‘중장기 검토’를 빌미로 회피하려는 행위 역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인권위 연구과제로 수행한 2018년 ‘간접고용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통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를 전체 노동자의 17.4%인 347만여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리고 상시적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노동자 개념 확대를 기본원칙으로 비정규직 사용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비정규직 권리 보장 입법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이렇게 많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터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죽거나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한 인권위의 권고마저 촛불정부를 자임하며 노동존중사회를 강조해온 현 정부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함께 일하는 나라, 행복한 국민”으로 비전을 밝히며, “활력있고 안전하며 든든한 일터 조성”을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업무지시 7호로 인권위 위상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각 부처의 인권위 권고안 수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고용노동부가 스스로의 비전과 임무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 개선을 위한 인권위 권고안을 즉각 수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20. 3. 12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