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골리앗 삼성과 경찰에 맞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결연한 투쟁과 단협 쟁취를 환영한다.
어제(6. 28.) 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들과 기준 단체협약(이하 ‘기준협약’)을 체결하고, 40여일 이어온 삼성본관 앞 노숙파업투쟁을 마무리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노숙농성을 전개하던 그 자리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염호석 열사 사망에 대한 삼성의 입장표명, 고용안정 보장, 노조활동 보장, 임금과 노동조건과 관련해, 협력사들과 합의한 기준협약을 87.5%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7. 14.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창립한 이후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한지 1여년, 염호석 열사의 죽음 직후인 5. 19.부터 노숙농성을 진행한지 41일 만에 이뤄낸 뜻 깊은 성과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조 출범 이후 삼성에 대해 노조활동 보장과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싸워왔다. 하지만 원청 사용자인 삼성은 바지사장에 불과한 협력업체들 뒤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 위장도급을 통해 바지사장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형식적인 고용계약을 이유로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지난 해 12월 최종범 열사 투쟁 당시 협력업체와 합의한 사항이나, 이번에 체결한 기준협약의 내용 모두, 원청인 삼성의 결정 없이는 협력업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협력업체 대표단, 이를 대리한 경총이라는 허울 좋은 허수아비를 내세운다고 해도, 그 배후에, 그 중심에 삼성이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일 뿐이다.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노조 출범 후 1년에 걸친 투쟁과 41일의 상경 노숙투쟁으로 이루어낸 값진 성과에 진심어린 축하인사를 전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거둔 단체협약 체결의 성과는 무노조 삼성 76년의 역사를 마감하는 기념비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성과는 두 분 열사들의 희생정신과 열사들의 유지를 받들어 민주노조 사수의 염원을 지켜온 조합원들의 강고한 투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표적감사를 통한 징계 위협, 일감 빼돌리기를 통한 경제적 압박, 위장폐업을 통한 정리해고 압박, 장기간 파업기간 동안의 무노동 무임금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 41일간의 상경 노숙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 온갖 사측의 회유와 노조탈퇴 협박을 견디고 이뤄낸 결과이다. 이번 기준협약은 그 형식에 불구하고 자주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삼성을 상대로 싸워서 따낸 최초의 공식적인 단체협약이라는 점에서, 이를 통해 76년간 고수해온 삼성의 무노조경영에 파열구를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이 성과를 얻기까지에는 많은 희생이 따랐다. 이러한 희생은 무노조경영이라는 과거의 망상을 버리지 못한 채 노동자들과 협상하지 않고 하수인들을 내세우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지쳐 떨어지길 바래온 삼성의 법 위의 비윤리적 경영에 기인한 것이다. 고 임현우, 고 최종범, 그리고 고 염호석 노동자의 죽음이 있었고, 삼성과 한 편이 된 경찰의 시신탈취에 항의하던 위영일 지회장과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이 구속되었고, 아직도 감옥에 갇혀있다.
이번 노숙 파업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삼성이 자신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은 채 모든 결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삼성이 스스로 파 놓은 두 가지 함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하나는 무노조경영이라는 함정이고, 다른 하나는 위장도급이라는 함정이다. 교섭에 나서자니 무노조경영과 위장도급에 타격을 입을 터였고, 교섭을 하지 않자니 허수아비에 불과한 바지사장들로서는 그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 삼성이 자신의 잘못된 경영방침과 간접고용 방식을 인정하고 직접 교섭에 임했다면 문제는 훨씬 쉽게 해결되었을 것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이란 사회정의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반시대적인 것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삼성을 상대로 기준협약을 체결했으나, 냉정하게 보면 이제 한 고비를 넘긴 상태라 하겠다. 노동자들은 곧 서비스센타로 돌아가 각 센터별 보충협약을 체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노조탄압과 분열시도를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배후에 숨어 있는 삼성이 어떠한 전략으로 노조를 공격해올지 모른다. 삼성의 무노조방침을 확실히 폐기시키고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길은 지금까지 싸워온 것처럼 노동조합 지도부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단결하고 싸워나가는 길 뿐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내일(6. 30.) 염호석 열사의 장례를 치루고 현장으로 돌아간다. 열사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현장투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투쟁 과정에서 삼성과 권력의 탄압으로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위영일 지회장과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을 석방시키는 일에 추호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현장투쟁을 포함하여 이후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들에 함께 연대하고 투쟁함으로써 삼성을 바꾸고 우리 사회를 바꾸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41일간의 노숙 파업투쟁과 1여년에 걸친 민주노조 사수투쟁의 험난한 역정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고와 값진 성과에 격려와 축하를 보낸다.
2014년 6월 29일
공정사회파괴·노동인권유린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