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의 죽음은 신입사원에 대한 tvN(CJ)의 사회적 살인이다.”
시청률 경쟁에만 혈안이 되어 구성원을 도구화(일회용품 취급)하는
tvN(혼술남녀 제작팀)의 불합리한 제작환경과 군대식 조직문화가
드라마 제작에 대한 신입사원의 꿈과 열정, 미래에 대한 희망을 파괴하고
생을 지속할 의지를 빼앗아갔다.
○ 지난해 10월 25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 22만명 공시생들의 지친 마음과 정글같은 노량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젊은 학원 강사들의 혼술 라이프를 다뤘습니다. 청춘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겠다던 <혼술남녀>가 종영한 다음날 10월 26일,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은 입사한 지 9개월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CJ E&M은 최대 MPP(복수방송채널사업자)로 tvN, m-net OCN, 올리브TV, 온스타일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CJ E&M의 지난해 방송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1284억원, 464억원입니다. CJ E&M 전체 매출액이 1조 5384억원인 것에 비추어 보면, 사실상 드라마 산업으로 영업이익의 대다수를 내고 있습니다.
○ 드라마들의 빛나는 인기와 높은 영업이익과 달리, 드라마를 제작하는 현장은 혹독합니다. 현장 스탭들이 말하는 ‘디졸브’는 밤을 새고 촬영을 계속해서, 마치 화면이 ‘디졸브’되듯이 오늘인지 내일인지 모를 다음날이 온다는 은어입니다. 1주일에 70분짜리 드라마 2회 분량을 모두 찍어야 하는 상황이 부지기수인 드라마 현장에서 스탭들의 많은 날은 ‘디졸브’되었습니다. 고인 역시도 많은 밤을 함께 새고, 극강의 노동강도 속에서 2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시청률에 경쟁속에, 무리한 촬영 스케쥴 속에서 반드시 시간을 지켜서 방송을 내 보내야 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조직문화 역시도 문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군대식 조직문화는 직장 내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는 신입사원에게 더 큰 고통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인 역시 카톡방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하거나, 욕설을 듣는 등의 정신적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 ‘드라마계의 관행’이라는 말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과 잘못된 조직문화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故 이한빛PD 사망은 개인의 죽음이 아닌, 드라마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제작 구조 속에서 벌어진 사회적 죽음이며, 회사 내에서 가장 약하고 지위가 열악한 신입사원들의 희생과 상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 ‘청춘들을 위로하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청춘들이 삶을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케이블 드라마 전성시대, 한국의 드라마가 한류를 견인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있다고 조명되지만, 정작 이를 만들고 있는 드라마 제작진의 열악한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개선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도 드라마제작현장에서 괴로워하고 심지어 꿈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나은 환경에 놓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합니다.
○ 한빛 PD의 죽음을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약한 개인의 자살로 이야기 하며 책임없음을 주장하는 CJ의 행태를 규탄합니다. 이에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이한빛 PD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사회적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