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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는 원청사용자 책임 강화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권 보장을 완수하라
-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에
대한 환영논평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18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연구를 수행한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어제(11/5) 간접고용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보장, 기본적인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권고문에서 위험의 외주화 개선, 위장도급 개선,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이라는 권고사항을 담았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국가기관이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홀대받으며 목숨까지 빼앗겨온 간접고용 노동자의 심각한 현실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보호 체계 정비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뒤늦었지만 인권위 권고안을 환영한다.
그 동안 사용자들은 비용 절감과 노동법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자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고용을 전 산업영역에서 악용해왔다. 또한, 기술과 정보화 진전으로 인하여 새로운 노동형태가 급증하고 있고, 이러한 신종 노동형태를 사용자는 간접고용 방식으로 처리함에 따라서 노동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노동인권 문제가 심각해졌다. 특히 중대재해가 벌어질 확률이 높은 위험하고 어려운 업무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노동자들을 죽음의 사선으로 내몰았고, 중대재해가 빈발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위험업무에 내몰린 간접고용노동자들에 주목하여 도급금지업무 확대와 생명·안전업무의 구체화, 직접고용원칙 적용을 권고함으로써 생명 안전과 직결된 위험업무에서 간접고용 사용을 제한하고 원청사용자의 책임을 확실하게 규정했다. 이는 한계와 문제점이 많아 엉성한 2019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재정비를 요구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또한, 원청사용자가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외형상 도급 형태를 취하는 위장도급에 대해서 파견과 도급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행정지침에서 구속력을 명확하게 할 것과 사내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과 원청사용자와의 단체교섭도 보장할 것을 권고함으로써 원청사용자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하게 하였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노동자의 인권을 묵살한 채 비용절감과 책임회피를 목적으로 간접고용을 크게 늘려왔던 재벌 대기업과 공기업 등의 원청사용자에 대하여 제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산업구조가 빠르게 개편되고 있는 동안 법령이 20~30년 전에 머물러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점도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인권위의 권고문에서 명시된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본의 이윤 추구에 떠밀려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산재 사망률 절반 감축’과 ‘원청사용자 책임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하루빨리 제도를 정비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공적 책무가 있다.
국회 역시 이 권고를 받아들여 노동자들이 더는 중대재해로 희생당하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살인기업법) 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간접고용, 불법파견, 위장도급을 악용하여 원청사용자들이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법령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인권위 권고안이 하루빨리 이행돼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 씨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9년 11월 6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