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1주일도 안되어 4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에 고통받던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 비정규직의 차별에 시달리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이운남, 청년활동가 최경남, 노조탄압의 중압감에 시달리던 외대노조 위원장 이호일 이 네분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절망감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자행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그리고 민주노조에 대한 악랄한 탄압의 결과이다. 노동자들이 정권교체를 통해 바랬던 것은 일확천금의 요행이나 신분상승의 기대가 아니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일한만큼 대접받을 권리, 두들겨 맞지 않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기대했을 뿐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결과 이런 소박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을 스스로 던진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사회에서 미래를 논할 수 없고 죽음으로 항거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면서 통합을 얘기할 수 없다.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절망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고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이명박 정권에게 있고,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 전체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본은 노동3권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을 압박했고 이명박 정권은 두 달 넘게 철탑과 다리 위에서 혹한 속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 역시 대선의 블랙홀에 빠져 쫒기고 쫒겨 고공으로 올라간 그들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 5년보다 더 한 5년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암담함이 노동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내 몬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철탑에 있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게 해야한다. 또다른 죽음이 생기지 않게 손배가압류와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자는 자신이 통치기간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된다. 진정 대통합을 말하려면 노동현안 해결부터 나서야 한다. 선거기간에 보여준 행보는 실망 그 자체였다. 앞으로 5년을 어떻게 더 견디겠냐는 고인들의 절규를 깊이 새기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칼바람 속에 철탑위에 올라간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와 진보민중 진영 역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고인과 유족에게 심심한 애도를 보낸다. 투쟁해야 할 때 제대로 투쟁하지 못한 결과가 오늘의 참담한 상황을 초래했다.
오늘 비상시국회의에 함께 한 노동계와 진보민중 단체, 종교계는 힘을 합하여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자 한다.
우리는 오늘(12/26) 저녁 대한문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이어갈 것이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절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노동자 민중에게 생명의 보트를 띄워야 한다. 연대가 곧 정의이고 투쟁이 곧 희망이다.
2012. 12. 26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