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코로나 사태에도 실적에 눈 먼 LG유플러스, 제정신인가
코로나19가 확산된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확진자수를 세고, 이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허무한 상황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3월 11일 기준 확진자는 7755명에 이르고 이중 60명이 사망했다. 지역사회 확산과 소규모 집단발병이 심각한 상황인데, 대구의 경우 확진자의 75%가 몰려있을 정도이고 콜센터와 체육시설 등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사회적 ‘재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pandemic), 즉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것처럼 코로나19는 세계적 재난이다. 시민 개개인부터 학교, 지자체, 국회, 정부까지 우리 사회 모든 주체들과 공간들이 멈춰 섰다. 대다수 시민과 조직은 행사와 모임을 취소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대규모 추경, 재난기본소득을 이야기한다. 보건역량 집중, 휴원, 개학 연기,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나눔… 우리 사회는 할 수 있는 모든 것, 해야 하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 또한 한층 강화됐다. 방송통신기업만 한정해 보더라도 주요 기업들은 재택근무, 현장 출퇴근, 근무인원 최소화 등을 시행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SK의 경우 현장업무량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고, 서울 구로동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 이후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티브로드의 대구경북지역 협력업체는 긴급AS 위주로 업무를 최소화하고 상시근무인원을 30%로 줄였다. 대구경북지역에 사업장이 없는 딜라이브의 경우, 지역지사 단위로 지역과 현장 특성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 중이다. 이 기업들은 공공재인 방송통신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노동자와 고객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는 방송통신기업들이 노동조합, 지역사회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우리는 지난달 21일과 24일, 그리고 이달 4일 방송통신기업들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보호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가능한 업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전체적으로 업무량을 줄이고,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근무인원을 최소화하고, 위생용품을 충분히 지급하라는 것이 요구안의 핵심이다. 가가호호 방문해 고객과 밀접접촉하는 노동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한 것이다. 이 같은 대책이 기업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저해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매우 특수한 시기와 상황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 모든 주체들의 입장이다.
그런데 유독 LG유플러스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난 상황에도 실적에 눈이 멀어 노동자와 고객을 사지에 내몰고 있다. 처음에는 “SK 등 경쟁사가 시행하지 않는데 혼자 업무량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더니 이제는 말을 바꿔 “인위적인 업무 조절은 어렵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도 ‘돈’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다. LG유플러스는 자회사,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평소와 똑같이 업무를 할당하고 있다. 심지어 마스크도 1일 1개 미만으로 지급하고, 주말근무 자원자를 받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방송통신서비스를 설치․수리하는 노동자들은 오늘도 풀 타스크(full task)를 배정받고, 각종 실적으로 평가를 당한다. 출근 전, 퇴근 후 약국을 전전하며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공수한다. 고객센터에서 걸러지지 않는 자가격리자를 현장에서 마주치고 도망치듯 나와야 한다. 이것이 케이블방송통신 설치수리기사들의 노동현장이고, 이것이 LG유플러스 노동자들의 지옥 같은 노동현장이다.
그럼에도 우리 노동자들은 노동자와 회사가 지금 상황에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이 요구한 대책은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을 수반하는 것이다. 대다수 조합원이 ‘건수’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실적급 임금체계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요구는 동종업계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무리한 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바로 LG유플러스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가 재확인한 것은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 그리고 질병은 간접고용일수록, 비정규직일수록,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일수록, 사용자 책임이 은폐될수록, 업무환경이 반노동적일수록, 회사의 대책이 부실할수록 위험하다는 평범한 사실들이다. LG유플러스는 이 같은 사실을 부정하고 현장 노동자들을 사지에 내몰고 있다. 사용자 책임과 사회적 책임 모두를 땅바닥에 내다버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무방비 무대책 무책임한 것이 바로 LG유플러스다.
마지막 경고다. 회사가, 통신재벌이, 재벌 대기업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노동자와 고객, 나아가 지역사회를 위험에 빠뜨린다면, 노동조합은 더 강하게 투쟁하고 특단의 행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는 홈서비스센터, 고객센터, 영업점 등 모든 LG유플러스 노동자의 건강권과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
2020년 3월 12일
대구경북 코로나 대책 마련! 노동자&고객 건강권 보장! 재벌의 사용자/사회적 책임 이행!
코로나 대책은 소극적, 영업·실적에는 적극적 LG유플러스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