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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인가?
정부 경제부문의 새로운 수장이 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내년 1분기 내로 고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현행 단일 구조가 아니라 임금구간 설정과 수준 결정을 따로 하는 이원화 결정구조로 바꾸겠다고까지 했다. 언제부터 기획재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까지 좌우하는 권한을 가지게 됐는가.
이미 최저임금은 국회에서의 산입범위 졸속개악으로 인하여 인상효과가 반감되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도 무산됐다. 이런 마당에 소득주도성장의 마중물로 주목받았던 최저임금 인상의 선순환 효과를 경제구조개혁으로 뒷받침해야 할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리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라는 판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니 어처구니없다. 임금은 당사자간 교섭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다수 저임금노동자들은 노조 바깥에 놓여있다. 결국 지난 30여년 동안 최저임금위원회가 무노조사업장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교섭을 한시적으로 대리해온 셈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을 노사 협상 대신 정부가 정하겠다고 하니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문제는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해야 마땅하다. 가장 중요한 노사공익 사회적 대화 구조를 묵살하고 경제부처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안된다. 기존의 최저임금은 노사 당사자간 협상을 우선으로 하고 공익위원들이 조정하는 형태이다. 최저임금은 비정규직 임금이고 청년임금이며 여성임금이므로 최소한 합리적인 사회적 대화의 틀을 유지해야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금구간설정위원회가 따로 만들어져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설정한 후 그 범위 내에서 협상하게 되면, 노사 당사자 요구보다는 정부의 의도대로 결정이 될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결정의 사회적 합의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역주행 뿐이다. 양대노총 추천으로 비정규 대표와 청년 대표가 들어가 의미있는 사회적 대화의 단초를 보여준 최저임금위원회를 경제부처 수장이 무력화하는 일까지 생기다니 납득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사회적 의미를 환기시키고 노사공익간 협상을 통해 결정돼온 고유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정히 바꿔야 한다면 정부가 나설 것이 아니라 노사 당사자간 협의가 우선되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최저임금위원회를 무력화하고 어렵사리 시작된 사회적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주장에 반대하며, 노동조합 바깥에서 신음하고 있는 비정규 · 여성 · 청년 노동자 등 수백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온전한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을들이 상생하는 경제선순환 효과 실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하고 연대할 것이다.
2018년 12월 12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