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빠르고 공정한 결단을 기다린다.
13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실시된다.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고용의제) 조항과 관련한 공개변론이다. 사용자측이 위헌소송을 낸 주요 이유는 ‘고용의제 조항에서 파견·도급 기준이 애매하고 기업경영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2010년 서울고등법원에 제출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도 합헌이라고 판결한 사건이다. 그렇기에 이것이 갑자기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 사건이 된 맥락과 저의는 심히 의심스럽다.
이번 위헌소송은 그 시작부터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뒤 엎으려는 수단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역력해 보인다. 이번 위헌소송의 대리인은 ‘화우’라는 법무법인이지만 소송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실질적인 배후에는 현대자동차 사건을 대리해 온 김앤장이 있다. 또한 지난 5월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된 박한철은 김앤장에서 4년간 일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화우를 앞세운 김앤장은 심지어 얼마 전 위헌소송의 같은 공개변론 대상이었던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헌법소원을 취하하였다. 이후 이들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청구이유 보충서(3)에는 법률에 관한 언급보다는 금속노조에 대한 비판, 산업현장의 분쟁화, 과격한 집단행동, 노사관계 급격히 악화 등 이번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과격집단으로 묘사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다.
김앤장은 파견법이 계약의 자유, 기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심과 상식이 있다면, 법이 계약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에 앞서 약자들의 권리를 먼저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만일 김앤장의 주장에 따르면 어린이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도, 임산부에게 위험한 야간 노동을 시키는 것도 모조리 허용되어야 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근로기준법의 수많은 조항들도 모두 위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법파견 당사자들은 헌법재판소 위헌소송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 받고 있다. 10년 넘게 불법파견으로 일해 왔고, 불법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건만 이번 소송 때문에 불법파견과 관련된 소송들이 연기되거나 진행이 멈춘 상태이다. 그렇기에 비정규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비정규센터들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비정규노동자들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짓밟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소송이 아니라 범법자 정몽구를 처벌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있다.
2013년 6월 11일
경기비정규노동센터, 고양비정규직센터, 군산비정규노동인권센터, 노동자공동체 삶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 안산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영등포산업선교회 비정규노동선교센터,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인천비정규노동센터, 청주노동인권센터,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