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윤주형 동지를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합니다
1월 28일 밤, 35살의 젊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바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비정규직 활동을 하던 중 해고된 윤주형 동지입니다. 2007년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고인은 2010년 4월 20일, 노조활동 중 해고되었습니다. 부당한 업무지시에 맞선 윤주형 동지를 기아차 사측은 쌍방폭력, 업무방해 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하였습니다. 이후 고인은 생계비나 신분보장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왔지만 그 와중에도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성심껏 연대해왔습니다.
2012년 봄부터 시작된 기아자동차 노사 교섭에서 안타깝게도 그는 복직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함께 해고투쟁을 했던 이들 중에 두 명이 복직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 고인은 노조활동으로 인한 해고가 아니라는 회사 측의 억지주장 때문에 복직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누구는 복직이 되고, 누구는 복직이 안 되는, 해고자들마저 등급이 나뉘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고인은 좌절하고 분노했습니다. 그렇기에 정당한 노조활동을 매도하고 해고자를 갈라치기하고 등급을 나눈 기아차 자본이 바로 고인을 죽인 주범입니다.
비통한 일이지만 고인은 유서에서 ‘혹여, 다만, 어울리지 않는 열사의 칭호를 던지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조용히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런 고인의 유지를 오롯이 받드는 길은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을 보장하면서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인의 장례를 두고 들려오는 소식들은 우리의 가슴을 무겁고 아프게 합니다. 감정적 대립과 왜곡된 노노갈등만이 불거지는 비감한 현실은 민주노조운동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아무리 입장 차이가 있다 해도 죽은 동지의 마지막 가는 길마저 힘겹게 만든 지금까지의 모습은 우리 모두를 참담하고 부끄럽게 합니다.
참으로 말 한마디 보태는 것이 어렵고 난망한 형국이지만, 이 문제의 당사자들이 더 이상 대립하지 않고 고인의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한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이 문제는 응당 당사자인 해복투와 기아차노조(지부/지회/분회)간에 절충하고 합의할 사안이지 결코 갈등과 반목으로 치달을 사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기아차 사측과의 투쟁을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더 이상 고인과 같은 안타까운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의 가슴을 치게 만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마음을 모아 하나 되어 투쟁하는 것. 이것만이 고인이 바라던 ‘출근의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를 편안하게 벨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외롭게 숨져간 고인을 어찌 추모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나간 일들은 그만 가슴에 묻고 이제라도 갈래갈래 흩어진 진심을 모아 윤주형 동지의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담은 동지애로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3. 2. 5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