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배제된 ‘결단’이 아닌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단결과 연대의 ‘결단’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동의 없는 잠정합의 중단하라>
지난 26일 현대자동차 정규직지부에서는 ‘비정규직 3지회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수 교섭위원이 동의하면 다수결로 잠정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파견특별교섭은 불법파견 피해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이기에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입장과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정규직지부의 교섭위원이 더 많은 불법파견특별교섭에서 ‘교섭위원의 다수결’로 잠정합의를 하겠다는 것은 진의와는 별개로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잠정합의를 하겠다는 것과 같다. 만약 정규직지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특별교섭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노동조합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합의가 될 것이므로 우려가 크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어려운 조건 속에서 투쟁을 해왔다. 그러나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의 철탑농성 투쟁으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시금 불이 붙었고, 이후 전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모으며 현장에서의 파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는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런데 만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배제된 잠정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타오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급속히 사그러들 것이고, 이는 곧장 비정규직 지회의 활력을 꺾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거기에다 대법원 판결조차 묵살한채 꼼수를 부리며 비정규 노조 탄압에만 혈안이 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을 저지른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구속은커녕 조사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법학교수 35인은 정몽구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였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법조차 지키지 않는 오만한 재벌 자본을 원하청 연대와 공동투쟁으로 응징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노동자들이 하늘에 둥지를 틀고, 추운 길바닥에서 선잠을 자며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끊으며 노조탄압 중단과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는 것이 2012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대기업이 변화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을 변화시키는 것,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은 어렵지 않다. 불법파견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 이것이 바로 대기업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시작이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발이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정규직지부가 비정규직 3지회의 입장이 존중될 수 있는 결단을 하길 바란다.
2012. 12. 27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