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27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비정규직 스스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 노동조합을 사수하기 위해!
엔진을 생산하는 PG 부서의 백우라는 업체에서 2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 통보를 해왔고, 부품 포장·수출을 담당하는 KD 부서의 백상이라는 업체에서는 업체를 둘로 쪼개는 분사화를 통해 비정규직지회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향후 외주화의 길을 열어가려 하고 있다. 사실상 비정규직을 모조리 몰아내고 노조를 죽이려 달려드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엔진물량 감소로 인해 주야맞교대로 도는 2개 조 중 1개 조만 운영(주간조만 운영)하는 가운데,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배치를 통해 고용을 보장하지만 비정규직 25명은 정리해고 대상이 된 것이다. 또한 KD 부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가입률은 90% 이상으로서, 130여명이 일하는 백상을 둘로 쪼개려는 것은 지회 조직력을 깨고 추후에 외주화를 하려는 기도에 다름아닌 것이다.
신차종, 자동화, 모듈화, 외주화 등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은 쏘아놓은 화살처럼 날아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칼끝이 지금은 비록 비정규직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꽂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언론에서는 GM과 포드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어서 토요타가 이들을 추월했으며 현대기아차도 상승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사기에 불과하다.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거대 자본 GM과 포드의 위기는 다름아니라 과잉생산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 위기는 토요타와 현대기아차도 피해갈 수 없다. 2009년에 실시될 주간연속 2교대제는, 노동 입장에서 보면 노동시간의 단축과 야간노동의 폐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몰라도, 자본 입장에서 보면 다가올 생산량 감축에 따른 고용조정과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위한 사전포석이기도 하다.
따라서 완성차 대기업들은 2009년까지 지속적으로 사내하청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눈엣가시’같은 비정규직지회를 파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쌍용자동차에서는 지난해 연말 ‘잉여인원’이라며 사내하청 4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바람에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GM대우차 창원공장에서도 ‘라인재배치’ ‘차량 단종’이라는 이유로 비정규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도 지난해 3공장 200명 정리해고도 모자라 지금은 4공장에서 250명의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눈앞에 다가왔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기저기서 짤려나가게 되자, 옆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다음 차례는 내가 되겠구나”라는 고용불안 의식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최종 목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며,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함께 막아내지 못한다면, 나중에 칼끝이 정규직을 향하게 될 때쯤에는 이미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분열이 심화되어 노동계급의 연대는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기아자동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정리해고·분사화·외주화 또한 정확히 이러한 연장선이다.
KD 부서 업무를 외주화하려는 것은 기아자동차 뿐 아니라 완성차 대기업에서 모두 시도하고 있는 것이며, 기아자동차가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강력한 투쟁력과 조직력을 자랑하는 비정규지회를 무력화해야 한다. 엔진물량을 중국이나 해외로 이전시키기 위해서는 인원감축을 시작해야 하고, 그 고통을 비정규직에게 전가시킴으로써 정규직-비정규직을 이간질시키는 것이 사용자들이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저항하여 오늘 구속·수배를 각오하고 기아자동차비정규지회는 정규직·비정규직 모두의 고용을 보장받기 위한 역사적 행동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2년 6개월이라는 최장기간 투쟁을 이어온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가 위로금 몇 푼이라는 타협안으로 정리되려 하고 있고, 조직편제 문제와 관련하여 원·하청 노동자들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속에, 그리고 비정규직지회의 명시적인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기아자동차지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자신의 조직화 방침을 공표하고 집행에 나선 상황이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이라고 누가 자신있게 얘기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