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끝의 꿀” “기본권” 너무 다른 복지
여야 정당 대표들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서로 다른 ‘복지 구상’이 중심을 이뤘다. 분기점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였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복지 확대를 거론하면서도 보편적 복지론을 “망국적 발상”이라고 공격했다. 반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무상급식·의료·보육 등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 등 대안 제시에 초점을 뒀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서민과 중산층에 더 많은 복지 혜택이 돌아가는 ‘맞춤형 복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진적으로 복지 혜택을 넓히는 ‘70% 복지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안 대표는 “한 번 늘린 복지 예산은 줄이기 어렵다”면서 보편적 복지론 비판에도 많은 부문을 할애했다. “무책임한 복지 남발은 ‘칼끝에 묻은 꿀’을 핥는 것처럼 위험”하고, “총선·대선을 의식한 ‘복지 표장사’ 전략”이라며 날을 세웠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지난 6일 신년회견에서 “국가가 친정 부모와 같은 역할을 다 할 수 없다. 무분별한 복지경쟁은 포퓰리즘, 망국적 발상”이라며 보편적 복지론에 반대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보편적 복지를 기본권이나 당위의 차원에서 접근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10일 신년회견에서 “복지는 인격의 동등함,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을 둔 가장 격이 높은 사회제도”라면서 “보편적 복지는 시대의 요구이고 공동체 회복의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복지원조’를 자처하는 진보정당들도 “복지는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마땅히 보장될 국민의 권리”(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혁명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고 강조했다.
여야 대표들이 밝힌 세부적인 복지 로드맵에도 당색에 따른 차별점이 드러났다.
안상수 대표는 “최상의 복지”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 복지 수혜자의 자활능력 향상 지원, 촘촘한 사회안전망 마련 등 선별적 복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회창 대표는 복지 경쟁보다는 사회안전망을 정비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총론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등은 복지국가를 향한 사회구조 개선과 재원 확충에 무게를 실었다. 손학규 대표는 ‘사람 중심의 복지국가’를 위해 노동시장에서 재분배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일자리,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 등 적극적 노동정책을 펴야 지속가능한 복지가 된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복지 포퓰리즘 공격에 맞서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은 2012년 집권해, 5년간 착실히 실행해나갈 구체적 계획이 있다”며 점진적 추진론을 피력했다.
이정희 대표는 “안정된 일자리와 평등한 노동 없이 복지가 실현될 수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자산보유과세 확대, 토건예산·국방비 대폭 삭감 등을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제시했다. 조승수 대표는 재벌개혁으로 일자리 살리기, 건강보험 대개혁 등 체감복지 확대, 평화군축·부자증세를 통한 복지 재원 마련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