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난민 시대, 일자리 없나요?]
비정규직 800만 시대… 파견·용역·임시직 갈수록 늘어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10년 8월 13일
ㆍ한국인, 어떤 형태로 일하나
한국인들은 누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일하고 있을까. 고용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현상 진단이 우선이다. 국내 노동시장을 규정할 때 가장 두드러진 점은 800만 비정규직의 광범위한 분포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매우 흥미로운 그래프를 연출한다. 20대 중반~40대 중반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다. 쉽게 설명하면 젊은이들은 정규직이라는 월계관을 쓰기 전까지 상당수가 비정규직의 바다를 떠돈다. 중년층은 정규직의 미끄럼틀에서 추락하면 거의 어김없이 비정규직으로 편입된다. 특히 여성이 취약한 편이다. 기술이나 핵심 관리 업무 이외는 비정규직화하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 경제활동인구 절반이 비정규직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15세 이상 4061만5000명 중 2523만2000명(62.1%)이 경제활동인구로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1538만3000명은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자(2430만1000명)를 뺀 나머지만 공식 실업자(93만1000명·3.7%)로 분류된다.
취업자가 15세 이상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은 59.8%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이는 OECD 국가들이 70% 안팎을 차지하는 점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취업 형태별로는 비정규직이 뜨거운 쟁점이다.
정부는 상용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눈다. 반면 노동계는 임시·일용근로자(669만명)까지 포함한다. 올 3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의 비정규직 관련 부가조사 실시 결과, 노동계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각각 50.2%, 49.8%다. 그나마 비정규직이 2007년 3월 874만명(55.6%)에서 상당수 줄어든 점은 그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다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 40대부터 비정규직 급속 확대 = 연령별로 40대 중반부터 비정규직으로 빠르게 바뀌는 모습을 보인다. 연령대별로 정규직 비율은 30대가 가장 높다. 62%가 정규직이다. 20대는 비정규직(50.1%)이 정규직(49.1%)보다 약간 많다. 40대에 접어들면 비정규직(46.7%)이 크게 늘기 시작해 40대 후반에 역전된 다음 50대에 비정규직이 57.1%로 크게 늘어 60대 이후 차이가 벌어진다. 전체 비정규직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5%나 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다.
◇ 간접고용·시간제근로 증가세 = 비정규직의 질적 개선은커녕 악화 조짐이 나타난다.
형태별로 기간제 고용이 34만9000명 감소해 비정규직 비율 축소를 이끌었다. 그러나 일반임시직(4만9000명)은 물론 파견근로(8만1000명) 등 간접고용과 시간제 고용(18만8000명)이 증가한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파견근로는 2000년 부가조사 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61.8%나 급증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사내하청 형태로 감춰진 실질적인 ‘불법파견’을 더하면 파견·용역근로만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화물차 운전자,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자, 퀵서비스 등의 특수고용은 ‘자영업’처럼 분류돼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4대보험은 물론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 남성은 정규직이 60%, 여성은 비정규직이 63% = 성별 차이는 여전하다. 남성의 정규직 비율은 60.3%로 지난해 3월(58.3%)보다 늘었다. 남성 비정규직 비율은 41.7%에서 39.7%로 줄었다. 여성도 비정규직이 65.6%에서 63.5%로 다소 줄었지만 절대 비율이 높다.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비정규직이 더 많다. 전통적으로 연령별 여성노동의 특징인 ‘M자’형 곡선이 비정규직에서 더 두드러진다. 전체 비정규직 안에서 여성 비중은 54.3%에 달한다.
◇ 주변업무는 비정규직화 확대 = 직업별로 관리자, 전문가, 사무직업, 장치기계 조립업 종사자만 정규직이 더 많다. 나머지는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다.
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이는 전통적인 관리사무직 업무 및 기술관련 업무를 제외한 전 직업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 많다는 뜻”이라며 “기업의 상당수가 주변업무에 대한 비정규직화를 유지, 확대하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비정규 노동자가 더 많이 분포하는 현상은 2005년 이후 계속 나타난다. 4인 이하 사업장은 비정규직이 83.5%인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정규직이 85.3%다.
▲용어설명
우리나라 고용시장 용어는 꽤나 혼돈스럽다. 그 복잡성에 관련자들도 혼란을 겪는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용어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정규직 = 단일 사용자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항구적인 고용계약을 맺고 전일제로 일하는 고용관계. 노동법상의 해고보호와 정기적인 승급이 되며 고용관계를 통한 사회보험 혜택이 부여되는 경우.
임시직 = 일정한 사업의 완료, 일시적 결원의 대체 등 합리적인 사유와 조건에 의해 정한 고용계약 기간의 만료로 인해 자동적으로 고용관계가 종료되는 관계. 계속근로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없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기간제 = 임시직 근로자 중 고용계약 기간을 정한 경우. 기간 계약의 반복갱신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포함된다.
호출근로 = 근로계약을 정하지 않고, 일거리가 생겼을 경우 며칠 또는 몇주씩 일하는 형태. ‘일일근로자’다.
특수고용 = 독자적인 작업장을 보유하지 못하거나 비독립적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모집·판매·배달·운송 등의 업무를 제공하고 일한 만큼 소득을 얻는 경우.
파견근로 = 고용업체와 근무하는 업체가 서로 다른 경우. 임금은 고용업체에서 받는다.
용역근로 =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임금을 받으며, 이 업체의 업무상 지휘감독, 관리하에 용역계약을 맺은 다른 업체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형태.
(출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도움말 주신 분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전병유 한신대 교수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계안 전 국회의원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김경란 민주노총 정책국장
이수봉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국장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임무송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관
▲특별취재팀 = 서의동(경제부) 차장·권재현(경제부)·전병역(산업부)·김지환(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