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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가는 양상을 보이는 데는 한미 정부당국의 인식 부족 탓이 크다. 미국의 오만한 자세도 그렇거니와 한국 정부당국의 당당하지 못한 대미 자세도 국민을 자극했다. 무죄 평결이 나온 직후 국방부와 외교부는 “미군측의 사법절차를 존중한다”는 논평을 냈다. 청와대 외교안보비서실 고위관계자는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고 반미를 부추기기 위해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는 망언을 했다. 심상명 법무장관은 “현행 소파를 특별히 불평등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개정을 논의할 방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불평등한 소파가 문제
우리 정부의 인식수준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반응들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얼빠진 발언은 빼놓고라도, 과연 미군의 사법절차는 존중받을 만하며, 현행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은 특별히 불평등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한-미 소파는 기소할 때 신병을 넘겨받는 범죄를 살인 강간 등 12개 범죄로 제한하고 있지만, 미-일 소파나 나토 소파에는 이런 제한규정이 없다.살인·강간의 현행범을 한국쪽이 체포했을 때는 범인을 미국쪽에 넘기지 않고 계속 구금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여기에는 까다로운 4가지 조건이 붙어있는 반면, 미-일 소파는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계속 구금이 가능하다. 미군부대 안에 위험한 무기를 반입하거나 군사작전을 할 때도 한국정부에 사전협의나 통고가 필요 없지만,일본 필리핀 독일에서는 반드시 사전협의나 통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미 소파는 한국어와 영어로 두개의 정본을 작성하고 해석상 차이가 있을 때는 영어본을 우선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어느 나라 협정에도 없는 내용이다. 공무집행 과정에 대한 규정도 미군 장성이 발행하는 공무증명서 만으로 1차적 재판권의 귀속을 확정할 수 있게 돼 있는 것과 달리, 나토와 일본에서는 법원이 인정해야 효력을 갖게 돼 있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미군과 같은 대우를 받는 대상자도 배우자와 자녀, 기타 친척과 초청계약자까지 터무니없이 확대해 놓았지만, 나토나 일본에서는 배우자와 자녀로 국한하고 있다. 한국의 사법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은 수없이 많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평등한 규정만 대충 꼽아봐도 이런 형편이다.
문제의 근원은 불평등한 소파 규
불평등한 소파가 문제
우리 정부의 인식수준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반응들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얼빠진 발언은 빼놓고라도, 과연 미군의 사법절차는 존중받을 만하며, 현행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은 특별히 불평등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한-미 소파는 기소할 때 신병을 넘겨받는 범죄를 살인 강간 등 12개 범죄로 제한하고 있지만, 미-일 소파나 나토 소파에는 이런 제한규정이 없다.살인·강간의 현행범을 한국쪽이 체포했을 때는 범인을 미국쪽에 넘기지 않고 계속 구금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여기에는 까다로운 4가지 조건이 붙어있는 반면, 미-일 소파는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계속 구금이 가능하다. 미군부대 안에 위험한 무기를 반입하거나 군사작전을 할 때도 한국정부에 사전협의나 통고가 필요 없지만,일본 필리핀 독일에서는 반드시 사전협의나 통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미 소파는 한국어와 영어로 두개의 정본을 작성하고 해석상 차이가 있을 때는 영어본을 우선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어느 나라 협정에도 없는 내용이다. 공무집행 과정에 대한 규정도 미군 장성이 발행하는 공무증명서 만으로 1차적 재판권의 귀속을 확정할 수 있게 돼 있는 것과 달리, 나토와 일본에서는 법원이 인정해야 효력을 갖게 돼 있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미군과 같은 대우를 받는 대상자도 배우자와 자녀, 기타 친척과 초청계약자까지 터무니없이 확대해 놓았지만, 나토나 일본에서는 배우자와 자녀로 국한하고 있다. 한국의 사법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은 수없이 많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평등한 규정만 대충 꼽아봐도 이런 형편이다.
문제의 근원은 불평등한 소파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