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파업 왜 느나
곱게 자란 `한 자녀`세대의 선진 의식 탓
매경이코노미 2010년 9월 1일 정욱 기자
중국 내 외국계기업의 공장이 파업을 계속하면서 조업 중지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부품, 정밀기계 등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커 일본 재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존의 파업은 노동자와 기업의 문제에 그쳤지만 이제는 사업부, 행정부까지 얽혀 있어 그 여파가 더 커질 것이란 게 일본 재계의 걱정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실시한 노동계약법, 노동분쟁조정중재법이 이러한 파업의 배경이 됐다. 실제로 2008년 이후 노동분쟁에 대해 정부 및 사법부의 판단을 요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04년 연간 26만건이던 분쟁 조정 신청은 2007년 35만건으로 완만하게 증가했었다.
그러나 2008년에는 이 수치가 69만건으로 1년 만에 배 이상 증가했다. 조정 신청 내용은 대부분 잔업수당 및 사회보험 미지급이다. 특히 올해 이후로 이러한 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처럼 중국 노동계약법도 동일한 내용을 명문화하고 있다. 2008년 법 시행이 이뤄졌으니 3년 차인 올해는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인 셈이다.
여기에 지금까지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도 퇴직금 지급을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근로자들의 계약 자체가 엉성했던 데다 적당한 법률도 없었다. 또 근로자들이 기업의 부당행위에 대해서 지방정부에 하소연하더라도 반응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다. 외자유치에 목을 매던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근로자보다 기업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장 법으로 퇴직금 지급을 강제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도 더 이상 외자기업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일례로 근로자와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기업은 해당 근로자에게 임금을 배로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노동계약법 시행 전인 2007년 근로자들과 3년 계약을 맺었던 기업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노동분쟁조정중재법도 파업을 부채질하는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중재법의 핵심은 분쟁 조정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국가가 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노조 입장에서는 중재를 신청할 때 느껴야 했던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
조정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더라도 근로자 입장에선 불리할 것이 없다. 조정으로 해결이 안 될 때 근로자가 취하는 대응은 재판이다. 여기엔 변호사비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 내 변호사 공급이 워낙 많다보니 대부분 노사 간 문제는 성공보수의 형태로 수임료가 책정돼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소송 부담이 적고 변호사들은 기를 쓰고 달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정부의 무관심과 외자 기업들의 푸대접에도 대응을 하지 못했던 근로자들의 울분이 이런 배경들과 맞물리면서 폭발하고 있는 것. 법률의 변화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구성 변화도 파업이 증가하는 이유다. 한국의 ‘코트라’와 비슷한 기관인 ‘제트로(일본무역진흥기구)’에서는 파업 증가 분위기가 지난 2000년부터 있었다고 설명한다. 노동자들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어떤 수모를 당하더라도 몇 년간 열심히 일해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신입사원들은 한 자녀 정책에 따라 집에서 귀하게 커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렵고 힘든 일은 기피하려는 데다 또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참지 못한다. 여기에 인터넷과 휴대폰이 급속히 퍼지면서 임금체계 등에 대한 근로자 간 정보교환이 확산됐다. 임금이 조금이라도 낮다면 가차없이 회사를 옮겨버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복리후생, 퇴직금, 연금 등을 모두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 과거 한국과 일본에서도 모두 나타났던 상황이 이제 중국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강화된 노동법으로 인한 고충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진출을 고려하던 기업들도 모두 노동법과 노동자들의 변화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