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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건설 영업팀 강세용 과장(37)은 자신의 인생이 대단히파란만장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년여일용 근로자(일명 노가다) 생활. 대학 가고픈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6개월 동안 공부에 매달려 괜찮은 대학 행정학과 입학. 88년 군대를제대하고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작은 건설 회사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빠르게 성장했고, 나중에는 재계 8위의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었다. 그는 그곳에 뼈를 묻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인생 역정도 지난 한 해 벌어졌던 일에 비하면단막극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몸 담았던 기아 계열 건설회사인 (주)기산이 그룹과 함께 파산한 것이다. 그의 불행은 기아그룹이 무너지던마지막 순간까지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데 있었다. 기아의운명을 두고 별의별 말들이 있었지만 그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설마재계 8위인 그룹이 흔들리랴 하는 심정에서였다.
기아가 무너지고 나서도 석 달이나 회사 생활을 계속한 것은, 감히상사에게 회사를 떠나겠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거니와 현실이실감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퍼뜩 든 생각이 ‘내앞가림은 나 외에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를옮기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그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인정받는건설회사 영업팀 소속이었고, 영업사원들 간에는 소속 회사를 떠나정보를 주고받는 모임들이 있어 구직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평생 직장이라고 여겼던 곳에서 10년간 근무하고 남은 것이라고는천만원이 약간 넘는 퇴직금뿐이었다. 우리 사주를 살 때 회사로부터받은 대출금을 빼고 남은 금액이었다. 1만3천원에 산 우리 사주가 현재5백20원까지 폭락했으니,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그나마 퇴직금은아직 받지도 못했고, 받을 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할 신세다. 그가다시 예전의 직장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는 어디서도안심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올해는 이런 얘기가 남의 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텔레비전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올해처럼 직장인들을 겁에질리게 하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해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일자리가 크게 줄게 되어 있다. 실업자 수가 절대적으로 는다는 얘기다.
각 연구기관마다 추정치는 다르지만, 올해 실업률이 97년(3/4분기까지 평균 실업률 2.8%)보다 높으리라는 점에 관해서는 모든기관이 일치한다. 국제통화기금이 우리 기업에게 요구하는 가혹한 구조조정 와중에서,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살아 남은 기업도 인력을많이 감축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공식 실업 전망치를 내놓는 노동연구원의 추정치는실업률 3.9%, 실업자 수 백만명. 그러나 노동연구원의 선항선연구조정실장은 이 추정치마저 허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과거와 달리 실업률 통계에서 고려해야 할 새로운 요인이 여럿생겨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워낙 없어 일하기를포기한 실망 실업자(discouraged worker)들이다. 현재의 실업률통계에서 실망 실업자는 실업자가 아니라 경제 활동을 할 의사가 없는사람으로 간주된다. 지난 1주일간 구직 활동을 했는데도 아직 직장을잡지 못한 사람들만 실업자로 분류된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통계상 비경제활동 인구로간주하는 것은 얼핏 보면 타당해 보이지만, 올해처럼 아예 직장을구하기가 어려울 때라면 사정은 다르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아예포기한 이른바 실망 실업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낙심한 사람과 일하기 싫어서 노는 사람을 뚜렷하게 구분할 도리도없다.
* 실업자 수 2백만명에 달할 수도
각 연구기관의 추정 실업률에 비해 추정 실업자 수가 더 많은 것은이들이 나름으로 실망 실업자 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업률 1% 당실업자 수가 2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연구원이 추정한 3.9%의경우 실업자는 80만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전체 실업자 수를백만명으로 추정한 것은 실망 실업자 수를 고려했기 때문인 셈이다. 현재 실망 실업자 수를 추정하는 엄밀한 방법은 없는데, 그 추정치에따라 각 기관의 추정 실업자 수는 백만명에서 2백만명을 왔다갔다 한다.
그러나 이 수치에도 유보 실업자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유보실업자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외국 업체의진출을 억제하는 국내 시장의 각종 요인, 즉 수입 장벽이나관세·보조금 따위 보호 덕에 비실업자로 간주되는 사람을 일컫는것이다. 이 사람들은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는 사실상의 완전 개방체제에서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 때문에 97년 하반기 재정경제원의 주문을 받아 한국 경제에 대한보고
그러나 그 동안의 인생 역정도 지난 한 해 벌어졌던 일에 비하면단막극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몸 담았던 기아 계열 건설회사인 (주)기산이 그룹과 함께 파산한 것이다. 그의 불행은 기아그룹이 무너지던마지막 순간까지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데 있었다. 기아의운명을 두고 별의별 말들이 있었지만 그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설마재계 8위인 그룹이 흔들리랴 하는 심정에서였다.
기아가 무너지고 나서도 석 달이나 회사 생활을 계속한 것은, 감히상사에게 회사를 떠나겠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거니와 현실이실감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퍼뜩 든 생각이 ‘내앞가림은 나 외에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를옮기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그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인정받는건설회사 영업팀 소속이었고, 영업사원들 간에는 소속 회사를 떠나정보를 주고받는 모임들이 있어 구직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평생 직장이라고 여겼던 곳에서 10년간 근무하고 남은 것이라고는천만원이 약간 넘는 퇴직금뿐이었다. 우리 사주를 살 때 회사로부터받은 대출금을 빼고 남은 금액이었다. 1만3천원에 산 우리 사주가 현재5백20원까지 폭락했으니,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그나마 퇴직금은아직 받지도 못했고, 받을 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할 신세다. 그가다시 예전의 직장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는 어디서도안심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올해는 이런 얘기가 남의 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텔레비전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올해처럼 직장인들을 겁에질리게 하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해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일자리가 크게 줄게 되어 있다. 실업자 수가 절대적으로 는다는 얘기다.
각 연구기관마다 추정치는 다르지만, 올해 실업률이 97년(3/4분기까지 평균 실업률 2.8%)보다 높으리라는 점에 관해서는 모든기관이 일치한다. 국제통화기금이 우리 기업에게 요구하는 가혹한 구조조정 와중에서,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살아 남은 기업도 인력을많이 감축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공식 실업 전망치를 내놓는 노동연구원의 추정치는실업률 3.9%, 실업자 수 백만명. 그러나 노동연구원의 선항선연구조정실장은 이 추정치마저 허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과거와 달리 실업률 통계에서 고려해야 할 새로운 요인이 여럿생겨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워낙 없어 일하기를포기한 실망 실업자(discouraged worker)들이다. 현재의 실업률통계에서 실망 실업자는 실업자가 아니라 경제 활동을 할 의사가 없는사람으로 간주된다. 지난 1주일간 구직 활동을 했는데도 아직 직장을잡지 못한 사람들만 실업자로 분류된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통계상 비경제활동 인구로간주하는 것은 얼핏 보면 타당해 보이지만, 올해처럼 아예 직장을구하기가 어려울 때라면 사정은 다르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아예포기한 이른바 실망 실업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낙심한 사람과 일하기 싫어서 노는 사람을 뚜렷하게 구분할 도리도없다.
* 실업자 수 2백만명에 달할 수도
각 연구기관의 추정 실업률에 비해 추정 실업자 수가 더 많은 것은이들이 나름으로 실망 실업자 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업률 1% 당실업자 수가 2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연구원이 추정한 3.9%의경우 실업자는 80만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전체 실업자 수를백만명으로 추정한 것은 실망 실업자 수를 고려했기 때문인 셈이다. 현재 실망 실업자 수를 추정하는 엄밀한 방법은 없는데, 그 추정치에따라 각 기관의 추정 실업자 수는 백만명에서 2백만명을 왔다갔다 한다.
그러나 이 수치에도 유보 실업자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유보실업자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외국 업체의진출을 억제하는 국내 시장의 각종 요인, 즉 수입 장벽이나관세·보조금 따위 보호 덕에 비실업자로 간주되는 사람을 일컫는것이다. 이 사람들은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는 사실상의 완전 개방체제에서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 때문에 97년 하반기 재정경제원의 주문을 받아 한국 경제에 대한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