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노동자들의 눈물의 하소연 “진짜 사장 나와라”
민주노총 10만명 서명운동 시동 걸었다
민중의소리 2010년 9월 30일 고희철 기자
이른바 ‘허수아비 사장'에게 고용되어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파견노동자들이 직접 자신의 절절한 사연을 밝히며 투쟁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은 29일 오후7시 서울 보신각공원에서 ‘불법파견 실태 증언대회 및 파견법 철폐 직접고용 쟁취 10만 선언 대국민 캠페인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대회의 슬로건은 '진짜 사장이 고용해'였는데 이는 허수아비 하청업체를 내세운 간접고용과 노동자 파견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원청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날 대회는 간접고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자신들의 억울한 사정을 슬라이드 영상을 보며 설명하여 더욱 절절하고 뜻깊었다.
박현자 공공서비스노조의 대구 동산의료원 영양실분회 사무장ⓒ 민중의소리
특히 공공서비스노조의 대구 동산의료원 영양실분회는 50대의 병원 영양실(환자 식당) 노동자의 사연이 직접 소개돼 참가자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나이도 지긋한 박현자 영양실분회 사무장이 동산의료원이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 식당을 외주화하겠다고 해 노조를 처음 만든 사연부터 슬라이드 사진을 보며 그간의 경과를 담담하게 증언했다. 하루아침에 소속회사와 사장이 바뀌고, 고령의 나이에 구사대와 용역깡패들에게 시달리고, 해고 100일을 맞은 사연이 하나하나 펼쳐졌다. 박 사무장은 남은 15명 조합원이 똘똘 뭉쳐서 꼭 이기겠다는 결의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조합원 모두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 마이크 잡는 것이라고 했지만, 박 사무장의 진솔한 이야기에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치며 결의를 나눴다. 지난 7월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은 노동자 불법파견이고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차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얻어낸 최병승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직 국장(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도 무대에 섰다. 최병승 국장은 “대법원 판결은 현실을 교묘하게 비껴나간 미흡하고 제한적인 판결”이라며 “금속노조가 앞장서서 비정규직 조직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10월부터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간접고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로 르네상스호텔과 기륭전자 및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지도부를 대표한 노우정 부위원장은 “40주기를 맞은 전태일의 정신은 바로 어린 여공에게 풀빵을 사주고 집까지 걸어가던 ‘풀빵정신’”이라며 “민주노총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10만 서명운동을 통해 파견제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 등의 뜻을 더욱 많은 국민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