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반발에…비정규 자동차 판매노동자 금속노조 가입 9개월째 ‘유보’
김상범 기자 (경향신문 / 2017. 2. 22)
비정규직 자동차 영업사원들의 노조인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조(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이 정규직 노조의 거센 반발로 9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미조직 비정규노동자 권리 확보에 앞장선다는 산별노조의 핵심 취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일 금속노조는 중앙위원회를 열어 판매연대의 가입 승인 여부를 논의했으나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의 반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유보 결정을 내렸다.
판매연대는 대리점 소속 자동차 영업사원들의 노조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차 직영 판매점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영업사원과 민간 업자가 운영하는 대리점 소속 영업사원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후자인 대리점 사원들은 고정임금을 받고 판매수당을 추가로 받는 정규직과 달리, 기본급 없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만 지급받는다. 4대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이런 대리점 영업사원이 전국 약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리점 사원들은 형식상 ‘자영업자’이지만, 직영점 사원들과 비슷한 일과에 따라 움직이고 본사도 대리점을 통해 이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린다. 정규직과 사실상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복리후생과 임금은 훨씬 열악한 수준이다. 이에 대리점 사원들은 차별을 없애고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판매연대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조합원 총회에서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직형태 변경을 의결했다.
금속노조 규약상 판매연대의 가입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규직 영업사원 노조인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가 ‘이해관계가 충돌할 것’이라며 반발해 9개월간 가입 승인이 미뤄져 오고 있다. 현대차지부 판매위 측은 “직영 노동자들은 1998년 대리점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계속 대리점 폐쇄와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며 “(판매연대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사측 노무관리도 대리점 중심으로 편향될 것이며 이는 직영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리점 사원들의 차량 현금할인 같은 영업행위와 직영·대리점 간 경쟁에 따른 갈등도 있다. 판매위원회는 20일 중앙위원회가 열리는 금속노조 사무실에 항의방문을 했고, 판매연대 가입 승인 논의 과정에서 이들과 금속노조 임원들 사이 격렬한 논쟁과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직 노조의 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노조 설립신고까지 마친 독립노조의 상급단체 가입을 가로막는 것은 ‘미조직 노동자 조합원 확대’라는 산별노조의 핵심 목표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 가입 승인은 규약·강령에 위배되지 않으면 위원장 전결로 처리할 수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동인권 사각지대까지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산별노조의 임무이자 정체성”이라며 “일선 조합원들이 반대를 해도, 상층 지도부에서 옳다고 여기는 바는 밀고 나갔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한 금속노조 관계자는 “고용형태가 분리돼 가면서 현장 노동자들 간 갈등관계가 생겨 이번처럼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단결해야 하는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판매연대와 현대·기아차 판매노조, 금속 집행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판매연대의 가입 여부를 재논의할 방침이다. 김선영 판매연대 위원장은 “금속노조 가입을 위해 정규직의 허락을 받아오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