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번 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인권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현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막장으로 가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오전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유령화됐다, 반인권 반노동기구로 이미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라고 말문을 열었다.
▲ 8월 8일 오전 11시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병철 연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
이남신 소장은 “2011년 희망버스를 기억할 것”이라며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사태를 해결하라며 농성을 벌였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소한의 식량과 약품도 반입하지 못하도록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 긴급구제’ 건에 대해 부결시킨 바 있다. 이 소장은 “인권위가 자본의 편에 서서 인권을 위협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남신 소장은 “2006년 참여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는 ‘기간제근로자의 사용을 필요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며 “당시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인권위의 의견 제출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해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뭘했냐”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농성 중인 재능교육에도 한번 찾아오지 않은 인물이 바로 현병철”이라고 비판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오리 활동가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독교 안의 동성애 관련 진정에 대해 ‘기독교의 판단에 맡긴다’며 각하시켰다”면서 “충격적이었다. 종교를 가진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자기존재를 부정하고 자기혐오에 빠지게 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신자 이모씨(26)는 지난 6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하나님을 섬기는 동성애자 모임> 카페를 만들었으나 아무런 통보없이 폐쇄됐다. 인권위법 제2조 3항은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재화의 공급이나 이용에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위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씨는 이 조항을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윤 가브리엘 대표도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에이즈 감염인들이 기댈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와 전두환 등과 같이 최악”이라며 “그 가운데에서도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은 최악의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현병철 후보자는 2010년 장애인들이 농성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엘리베이터를 멈추게 한 인물”이라며 “장애인들에게 엘리베이터는 다리와도 같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장애인이동권과 관련한 인권침해만으로도 현 후보의 연임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현병철 위원장은 임기동안 병영문화가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더 후퇴한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들은 “청와대는 현병철 씨가 결정적 하자가 없다면서 연임시키려 한다”며 “국가인권위원장은 결정적 하자가 없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누구보다도 민감한 인권감수성과 인권의 가치를 옹호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구나 논문표절, 장애인인권침해, 비민주적 인권위 운영 등 수많은 하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인물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