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동권익센터 심지훈 전 분회장의 규탄 문건에 대한 입장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00년 5월 20일 설립하여, 고용노동부에 사단법인 등록한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회비, 후원금, 용역사업 등으로 재정을 충당하며 정부지원금 없이 23년째 운영되고 있는 독립민간단체입니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2014년 서울시가 설치하고 100%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문 운영기관 공모 절차를 거쳐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서울시와 위‧수탁 협약을 맺었으며, 재정과 인사에서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먼저 심지훈 전 분회장의 문제의식이 조직 내에서 소통되지 못하고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조직 내 소통 문제도 되짚어 보고 고쳐야 할 문제는 적극적으로 고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심지훈 전 분회장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예산삭감 조건 속에서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사업방향과 운영방안을 논의하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안별로 사실관계를 일일이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사업장 사측 이사장을 만나 야합하는 등 관변단체를 넘어선 어용반동 행태를 수년간 벌여와 투쟁하는 현장 노동자들에 지배개입하고 투쟁을 망쳐왔다’라는 궤변은 상식을 벗어난 심각한 언행으로 유감을 표하고, 적절한 수습이 없을 때는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예산삭감으로 인해 전체 상근자들이 임금동결과 사업비 대폭축소 조건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활로 모색을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모든 서울노동권익센터 성원들이 함께 힘모아야 할 시기에 이런 논란이 빚어져 안타깝습니다.
작년말 예산삭감 과정에서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명의로 발표된 항의성명서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장태용은 전태일기념관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을 중단하고 사과하라”(2022.11.23)를 빌미삼아 서울노동권익센터의 2023년도 예산을 14% 삭감(안)에서 예산 “0원”의 전액삭감(안)으로 바꾸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았습니다.
특히 동 성명서 말미의 “하나. 서울시의원 장태용은 전태일기념관의 ‘찾아가는 전태일기념관’ 교육현장을 방문하고, 소감문과 사과문을 A4 2매(줄간격 160%, 함초롬돋움 11포인트, 기본여백) 이상 작성하여 장태용 의원 홈페이지 및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게재하라!” 부분은 타 정당 시의원들까지 예산복구 노력에 등을 돌리게 한 바 있습니다. 기관 정상운영과 상근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을 중심으로 수탁기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태일기념관과 함께 예산 복구를 위해 백방으로 애썼지만 전액삭감을 막고 일부복구 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심지훈 전 분회장이 문제삼은 사과문(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노동민간위탁분회, 2022.12.15, “항의서한에 대한 노동민간위탁분회 입장 및 사과문”)은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예산복구 명분으로 요구한 것이고, 심지훈 전 분회장이 당시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과 예산 전액삭감 관련 심각한 상황을 통화로 공유한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작성한 것입니다. 이런 과정과 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심지훈 전 분회장은 예산이 전액삭감되어 “0원”으로 되거나 대폭삭감되더라도 자신의 입장만 강변하면 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세세한 사실관계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다만 당시 서울노동권익센터 노사가 좀 더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예산삭감에 대응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욱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서울노동권익센터와 같은 민간위탁 방식의 운영기관을 ‘노조 및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예산을 지원받아 하청형태로 운영하는 것에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민간위탁 방식의 기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서울시가 설치하고, 전액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며, 센터장을 제외한 구성원 전원은 서울시 규정과 내규에 따른 공개채용 방식으로 충원됩니다. 그래서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여러 제약조건 속에서도 특히나 노조 밖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서비스, 이해대변, 조직화 지원정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일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강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심지훈 전 분회장은 이 기관을 어떻게 이해하고 입사 지원을 했다는 것인지요? 또 공개채용 공고에 따라서 지원하고 입사한 서울노동권익센터를 비롯한 150명에 달하는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성원들은 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20년 설립 20주년을 지나면서 향후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 운동’으로 활동의 큰 방향을 잡고, 현장을 일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독립민간단체의 재정 형편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활동가의 희생에만 의존한 운동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생계보장과 자체적 기획사업 수행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여러분들께 연대를 호소한 것이 ‘후원한마당_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연대’였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보여주신 따뜻한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부족함을 꼼꼼히 되짚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4월 10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