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3단체 기자회견문]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합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정리해고에 맞선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이 170여 일에 이르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부당한 정리해고와 노조 탄압에 항의하고 노동행위와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항거에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탄지도 10여 일이 지났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사측은 성실한 협상에 나서기는커녕 희망버스 탑승자들을 고소하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탄압하기에 여념이 없다.
급기야 조남호 회장은 당초의 출석 약속을 번복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6월 22일 전체회의와 27일 청문회의 불참을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조남호 회장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수주물량의 중단과 이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지난 수년 간 조선부문의 막대한 영업이익 산출에 힘입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STX조선 등 여타 조선사들의 두 배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동일 업종 대비 60-70%에 불과한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09년 말부터 2010년 사이 409명이 강제사직을 당했고, 2011년 초 400명이 다시 정리해고 등의 방식으로 강제사직을 당했다.
한진중공업은 엄청난 영업성과를 기록하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강제사직을 단행한 것이다. 이 역설적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 핵심에는 한진중공업의 경영 실패와 재벌 집단의 부도덕성이 있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법인은 부진한 영업성과로 인해 2010년 한 해만 보더라도 3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수빅조선소 건설의 투자비용 환수를 어렵게하는 한편 이자비용 부담만 안겨주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건설 부문은 베르시움 오피스텔 건의 패소로 723억원을 배상하게 되었고 낮은 영업이익률로 조선/플랜트부문의 영업이익을 잠식하고 있는데, 2010년 조선/플랜트부문의 영억이익률이 13.7%에 달했는데 건설부문의 경우 0.1%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계열사인 별내에너지에 580억원을 건설공사비 명목으로 대여해 주고 있는데 별내에너지가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여금의 회수는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2010년 12월 174억 정도의 주식배당을 실시했고 한진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금년 2월 5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놀라운 사실은 한진중공업의 주식 배당은 구조조정 계획 통보 다음 날에 이루어졌고, 홀딩스 현금배당의 절반 정도는 최대 주주인 조남호 회장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한진중공업은 경영실패와 부당내부거래로 흑자기업을 멍들게 하며 재벌 총수의 배를 채우면서 한진중공업의 막대한 영업이익의 일등공신인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등 강제사직으로 내몰고 있었던 것이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2007년 수빅 조선소를 건설 운영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정년 보장을 위해 영도조선소의 물량 3년치를 연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노동조합과 합의했고, 2010년 2월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대신 회사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사측은 이러한 노사합의들을 모두 파기하고 정리해고를 앞세운 강제사직을 실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수주실적 ‘0’ 건의 경영상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경쟁 조선업체들이 수십 척의 수주를 통해 고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수빅조선소도 수십 척을 수주했지만 영도조선소는 단 한 건도 수주도 하지 않았다. 이는 영도조선소의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생산기지를 수빅조선소로 이전하기 위한 경영진의 고의적인 수주 포기 행위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영진의 꼼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관련 업체의 줄도산과 그 결과로 지역 경제에 수조 원에 이르는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는 정부와 자본이 주장하는 ‘구조조정 = 정리해고 = 경영개선’이라는 단순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형적 노동 탄압 사례 중 하나다. 쌍용 자동차, 콜트 콜택, 기륭전자, 광주 캐리어, 발레오 공조 코리아, 오티스 등등 과거는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유사한 노동 탄압 사례는 끝이 없다. 그런 점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및 노동탄압 문제는 그들의 생존권 문제인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한진중공업이 부당한 노동자들의 생존권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위장 경영난을 인정하고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즉시 업무에 복귀토록 하여 영도조선소를 정상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우리들은 하루 빨리 정리해고가 철회되고 영도조선소가 정상화되어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만일 한진중공업 경영진이 반성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고집한다면 우리는 7월 9일의 2차 희망버스에 더 많은 희망을 싣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갈 것이다. 물론 희망버스는 2차로 끝나지 않는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철회되고 영도조선소가 정상화되는 그날까지 희망버스는 끊임없이 이어갈 것임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비롯한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 앞에 엄숙히 약속드린다.
2011년 6월 24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 존경하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회원 여러분.
7월 9일 우리 모두 영도조선소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