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비정규직 등 노동의제 실종”
-8개 학술·사회단체, 『비정규직 정책 정당 공개 질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
오늘(4/9) 8개 학술·사회단체(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한국산업노동학회,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1대 총선에 앞서 지난 3월 주요 정당에 비정규직 정책 공개 질의와 정당 정책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비정규직 정책 공개 질의는 2007년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가 주요 대통령후보들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권리입법 관련 공개 질의를 발송하고 답변서를 분석하여 발표한 이래 매 선거마다 동일한 방식으로 주요 정당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질의서 문항들은 상황 변화를 고려하여 수정·보완되어 비정규직 문제개선으로 확장되고 공동주최 단위들도 8개 학술·사회단체들로 확대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21대 총선에 앞서 진행한 비정규직 정책 공개 질의 주요 결과는 △2020년 총선 비정규직 등 노동의제 실종 △비정규직 문제 둘러싼 정당들의 3분 구도 △20대 국회 주요정당 입법활동 미흡 △비정규직 문제 개선 과제 수준: 20대 국회 미흡한 실천 설명 △집권 민주당의 비정규직 문제 개선 위한 소극적 역할로 요약할 수 있다.
1. 2020년 총선 비정규직 등 노동의제 실종
2006년 비정규직 관계법 제정·개정된 이래 문제개선을 위한 입법화 성과는 없었으며, 비정규직 절대적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여 전체 피고용자 절반 이상으로 추정되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1대 총선은 선거법 개정을 무력화하는 양대 정당의 꼼수정치가 총선의 최대 초점이 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선거운동 과정의 정책대결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21대 총선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의제화되지 않고 있다.
2. 비정규직 문제 둘러싼 정당들의 3분 구도
21대 총선 비정규직 문제 관련 정당들의 입장은 ○친노동 진보정당(정의당, 녹색당, 민중당), ○거의 모든 항목에 반대하는 반노동 보수정당(미래통합당), ○그 사이에서 중도적 입장을 보이는 중도 정당(더불어민주당)으로 구도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정의당, 녹색당, 민중당 3개 진보정당은 16개 항목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미래통합당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무기계약직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보험제 확충 2가지 항목에 유일하게 부분 찬성 의견을 보이고 다른 모든 항목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 16개 항목 중 9개 항목은 찬성, 1개 항목은 반대, 6개 항목에 대해서는 유보 또는 부부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2007년 비정규직 정책 공개 질의를 시작한 이래 이번 총선까지 주요 정당들의 비정규직 문제 관련 입장은 거의 변동 없이 지속 되어 비정규직 문제 관련 3분 구도가 구조화되며 고착화되고 있다.
3. 20대 국회 주요 정당 입법 활동 미흡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과 동일하게 각 정당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을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여 10개 질의 중 5개 항목에 대해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법 개정에 찬성입장을 표명했다. 20대 국회에서 3개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점했지만, 비정규직 문제개선을 위한 공약사항들을 이행하지 않았고 법제화 노력 전개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쟁점이 됐다는 소식도 없었다.
20대 국회에서 처리한 환경노동위원회가 소관위원회인 법률제개정 건수는 총 169건이며, 그 중 노동관계법 개정이 46건이고 비정규직 관련 법개정은 단 3건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관련 법개정 중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은 비정규 노동자 입장에서는 개선이 아닌 개악이었으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도 비정규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20대 국회는 비정규 입법 관련해서 최저임금법만 개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4. 비정규직 문제개선 과제 수준: 20대 국회 미흡한 실천 설명
이번 질의에서 진행한 16개 과제 항목들 가운데 3분 구도의 진보, 중도, 보수정당이 모두 찬성하는 항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개선을 위한 3분 구도 정당들의 합의 입법화는 불가능하다.
진보정당들은 비정규직 문제개선을 위한 모든 항목에 적극 지지하지만, 보수 미래통합당과 중도 더불어민주당은 그렇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자본의 기득권을 대변하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지지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개선을 위한 시장개입을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항목에서 유보 혹은 부분 찬성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적 합의 필요성을 들어 비정규직 문제개선 항목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데, 이는 노동-자본 가운데 자본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개선을 위한 과제 항목은 두 가지 범주로 대별될 수 있다. 첫째는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찬성하는 항목이고, 둘째는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항목이다.
5. 집권 민주당의 비정규직 문제개선을 위한 소극적 역할
민주당의 입장은 3분 구도에서 친자본 보수정당과 친노동 진보정당 사이 중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찬성입장을 취하면 비정규직 문제개선을 위한 입법화가 가능하고 반대하면 불가능하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민주당의 비정규직 문제 관련 입장은 2007년 이래 큰 변화 없이 대체로 지속되고 있지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정책 등 2개 항목에서는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집권 민주당은 비정규직 문제개선을 위한 친노동 공약의 다양한 항목들에서 찬성입장을 표명했지만, 공약 이행을 하지 않았다. 자회사 방식 고수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 등 친노동적 요소가 약한 과제 항목은 집행했는데, 이러한 내용은 미래통합당 입장과 유사하다. 민주당의 경우 선거공약은 친노동적 지보정당 공약과 유사한 측면이 많지만, 집행하는 공약의 내용은 반노동적 보수정당 미래통합당과 입장이 유사하다.
선거에 앞서 공약을 비교·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주요 정당들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내세운 비정규직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질문을 함께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의 비정규직 공약에 비춰볼 때 공공부문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달성(2018년만 해당),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에서 공약 이행을 위한 노력이 확인되었으나 나머지 공약들은 별다른 노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보인 공약에 대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정의당은 20대 총선 당시 비정규직 핵심공약으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공공부문·대기업부터 정규직 전환’,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감정노동자 보호’등 3가지로 꼽았고, 이에 대한 이행 노력으로 법안 발의, 정부 노력 촉구를 제시하였다. 소수정당이라는 객관적 한계는 인정되지만, 입법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했는지에 대해는 의문이며,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시민사회와의 적극적 협력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20대 총선 당시 비정규법 개정 공약은 내용 자체가 비정규직 사용을 보다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내용으로 되어있어 ‘비정규직 권리입법’이 아닌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했다. 결과적으로 20대 총선 결과 제1당 지위를 빼앗기고,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정책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입법안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첨부: 비정규직 정책 질의 관련 분석 내용.
비정규직 정책 질의 관련 각 정당 답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