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전망 밝아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민교협, 민변 등 8개 학술·사회 단체, 주요 5개 정당 대선 후보에게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대한 정책질의서 발송 결과 분석.
- 비정규직 문제해결 정책에 대해서 심상정후보가 가장 전향적 태도를 보였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대체로 문제해결 방향에 동의하나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임.
대선 이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전망이 밝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한국산업노동학회,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8개 학술 · 사회단체는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5개 정당 후보(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에게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4월 10일에 발송하였다. 심상정 후보는 4월 14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4월 16일에 답변서를 보내왔다. 하지만 홍준표 후보는 내부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유승민 후보는 후보의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에 관해서는 세 후보가 조금씩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첫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 권리개선 관련 13개 항목 모두 찬성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원청사용주의 처벌 및 최저임금 1만원 즉각 인상,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개념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 비정규직의 근로자성 인정, 초단시간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처우제 전면폐지에는 유보적이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거의 동일한 입장을 보였으나, 차별시정 신청권을 노동조합의 상급단체가 갖는 것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표현하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한을 2020년보다 늦은 임기 내로 설정함으로써 문재인 후보에 비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상대적으로 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둘째, 상시적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등 노동조건 격차 해소에 세 후보들이 모두 동의하여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 처우 문제 해결 가능성이 매우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남용 억제 및 원청 사용자의 연대책임, 노조법 상 근로자 개념 확대 통한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성 인정 입장을 세 후보가 공유하고 있어 간접고용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는 한편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법개정과 노동정책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2007년 말 대선 이래 현재까지 각 정당들의 입장은 별로 변화하지 않았다. 진보정당은 2007년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현재 정의당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 관련하여 거의 동일한 강력한 의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그 대척점에 서있는 보수정당도 새누리당에서 현재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이르기까지 유의미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민주당도 2007년 대선부터 현재까지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현재의 민주당 입장은 2006년 말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관계법 제·개정 내용을 부정하는 내용이라서 2006년 말 법제화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으로서 비정규직 관계법 개정의지를 확인해 주고 있다. 한편, 국민의당은 민주당에서 이탈한 세력들이 조직했는데, 실제 비정규직 문제 관련하여 민주당과 대동소이한 입장을 지니고 있지만 차별시정 신청권 주체와 최저임금 인상 방안 등 일부 쟁점들에서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넷째, 2007년 말 대선부터 2016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선과 총선은 민주당 중심의 규제 블록과 새누리당 중심의 탈규제 블록의 대립 구도 속에서 치러진 반면, 2017년 5월 대선은 박근혜 탄핵 과정의 탈규제 블록 약화로 인해 규제 블록의 압도적 강세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이처럼 힘의 균형이 깨진 규제블록 지배의 정치지형은 대선 이후 비정규직 사용 규제와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전망을 더 밝게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과도한 유연성과 결여된 안정성의 기형적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2006년 식의 노사간 유연성-안정성 맞바꾸기 식이 아니라 과도한 유연성을 억압하고 결여된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비정규직 권리입법 추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다섯째, 각 당의 후보들은 자신이 제출한 비정규직 권리개선 공약을 반드시 성실히 이행하는 한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유보적, 소극적 입장을 보인 쟁점들에 대해서는 더 전향적 입장으로 나설 필요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18대 대선기간에는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원청 직접고용 행정명령 등 다양한 비정규직 처우개선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 집권 후 축소·폐기됐고, 심지어 정권 후반기에는 비정규직 사용규제를 완화하는 노동법 개악 시도가 비정규직 보호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 이러한 기만적 행위는 절대로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촛불민심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가 제대로 대우받고 존중받는 사회, 지난 20년 간 실패를 거듭해 온 경제·사회·노동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핵심에 우리사회 양극화의 주범,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우리 8개 학술·사회단체들은 차기 정부의 비정규직 공약 이행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공약 불이행 혹은 정책 후퇴에 강력 대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