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들의 나라
- 이랜드 임금체불로 본 체불임금 제도개선 대안-
최 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랜드파크의 애슐리, 자연별곡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연간 84억원을 체불하고 있다는 것을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이 폭로하면서 체불임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이랜드파크는 소위 말하는 노동시간 ‘꺾기’, 연차수당 미지급, 휴업수당 미지급등으로 44,000여명에 대해 84억여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고 3월 말 현재 전체 체불임금의 50%정도를 지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 법 위반 내용(잠정집계)>(고용노동부)
구분 | 합계 | 임금 | 연장수당 | 야간수당 | 휴업수당 | 연차수당 |
인원(명) | 44,360 | 23,324 | 33,233 | 16,951 | 38,690 | 17,388 |
금액(백만원) | 8,372 | 422 | 2,305 | 408 | 3,169 | 2,068 |
아르바이트생 뿐 아니라 정규직도 트레이너도 심각한 임금체불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려졌다. 이랜드에서 5년을 근무한 양모씨 외 6명은 2017년 1월 12일 고용노동부에 포괄임금계약으로 인해 1억 6천만원가량의 체불임금이 발생했다고 고용노동부에 집단으로 진정했다. 진정사건 처리결과 월 20시간의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만을 지급하기로 한 계약에 반해 월 90시간에서 120시간까지 연장근로가 발생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임금미지급분 9,600만원을 이랜드측에서 지불하기로 했다. 정규직의 경우 포괄임금계약이 일반화되어 있어 이랜드파크 전체 직원으로 확대해 임금체불액을 계산하면 임금채권소멸시효인 3년간 체불임금이 360억원에 이른다.
<이랜드 정규직 체불액 지급현황>(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 보도자료)
이름 | 연장수당 | 야간수당 | 휴일수당 | 연차수당 | 퇴직금 | 합계 |
ㄱ | 1,360,216 | 134,196 | - | 845,174 | - | 2,339,586 |
ㄴ | 10,377,260 | 1,672,945 | - | - | 2,315,420 | 14,365,625 |
ㄷ | 14,858,025 | 1,037,128 | 59,856 | 730,132 | 1,900,480 | 18,585,621 |
ㄹ | 12,997,074 | 1,583,794 | 139,040 | 1,158,360 | 1,628,050 | 17,506,318 |
ㅁ | 21,937,018 | 2,218,579 | 61,848 | 1,351,020 | 2,650,640 | 28,219,105 |
ㅂ | 5,188,031 | 697,434 | 62,656 | 153,229 | 1,734,660 | 7,836,010 |
ㅅ | 3,295,956 | 1,081,619 | - | 952,296 | 1,377,100 | 6,706,971 |
합계 | 70,013,580 | 8,425,695 | 323,400 | 5,190,211 | 11,606,350 | 95,559,236 |
아르바이트 체불 84억, 정규직 1년간 체불 120여억원을 합산하면 이랜드파크 단일기업 연간 체불액만 204억여원으로 2015년 도소매숙박요식업 전체 체불액 1,741억원의 11.7%에 이른다.
임금체불뿐 아니라 체불임금의 지급과정에서도 문제는 불거졌다. 체불당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경우 본인의 근로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회사에 근로시간내역을 청구했으나 회사는 근로시간내역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증명서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임금정산과 동시에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회피하는 부제소특약에 의무적으로 동의하게 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산정한 체불액만을 지급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체불임금을 정산했다.(정의당 비상구 상담사례)
이랜드 체불사태로 본 제도개선 대안과 의견
한편 이랜드 체불사태가 일어나고 2016년 대한민국의 임금체불액이 1조 4천여억원으로 IMF 이후 최대치를 갱신하면서(일본의 10배) 체불임금 대책에 대한 입법적 대안들은 다음과 같이 제출됐다.
<체불임금 관련 입법 현황>(의안정보시스템)
법률명 | 발의의원 | 주요내용 |
근로기준법 | 이정미 | △포괄임금계약 금지 △체불임금에 대한 징벌적 배상 △시정지시 미이행시 영업정지 처분 |
강병원 | △재직자 체불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 △국가 및 지방약법상 계약시 체불정보 제공 △징벌적 배상 및 가중처벌 △임금명세서 구체화 | |
김영주 | △상습체불에 대한 가중처벌 | |
송옥주 | △사용자의 임금명세서 지급의무 강화 | |
김경협 | △재직자 체불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 △임금명세서 구체화 △체불임금에 대한 징벌적 배상 | |
서형수 | △상습 체불사업자에 대한 반의사불벌 적용제외 | |
임금채권보장법 | 이정미 | △도산여부 상관 없이 체불금품확인원만으로 체당금 수령 가능 (소액체당금 수령여건 완화) |
이학영 | △체당금 지급범위 상향 | |
한정애 | △체당금 지급요건 완화 | |
김삼화 | △최저임금 체불에 대한 국가의 대위권, 구상권 설정 | |
상법 | 이정미 | △고액체불사업주에 대한 합병 및 사업확대 제한 |
이 외에도 이정미, 강병원 의원이 최저임금 체불에 대한 국가의 대위권 행사와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체불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이한 것은 이정미의원의 경우 근로기준법과 상법 개정안을 통해 임금체불기업에 대한 사실상 퇴출 조치를 법적으로 명시한 점이다.
전체적으로 개정안을 보면 △경제적 제재 및 처벌 강화 △소액체불에 대한 신속구제 △상시적으로 체불을 발생시키는 포괄임금 계약 금지등을 통해 체불대책에 대한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으나 다음의 몇가지가 추가로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근로감독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2016년 체불임금이 한국의 1/10 수준인 일본의 경우 2014년 연간근로감독 횟수가 166,000건으로 한국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횟수의 10배에 이르고 있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종수,2017) 이랜드파크의 경우도 상시적으로 체불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기업차원의 근로감독 또는 예방적 차원의 근로감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경우 근로감독관의 정수 부족, 근로감독관의 행정업무 처리, 신고사건에 매달려야 되는 상황등 근로감독이 부실할 수 밖에 없는 부분에 대한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둘째, 임금채권소멸시효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별도로 정해져 있고, 형법상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공소제기시효는 5년이다. 체불노동자들은 민사채권의 시효가 지나면 형사고발을 통한 압박으로 체불임금을 해결하려고 하나 체불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체불임금보다 낮은 벌금을 선택하거나 근로기준법상 반의사불벌 조항을 이용해 턱없이 낮은 체불임금을 정산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임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를 형사상 공소시효와 동일하게 5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금전보상제도가 활성화된 미국 뉴욕주의 경우도 임금채권의 경우 6년의 소멸시효를 가지고 있다.
셋째, 노동자가 체불임금을 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입증책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가 근로기록 서류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서류보존을 하지 않는 경우 노동자가 체불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되어 있다. 사용자의 의무 해태시 근로자 입증 책임을 사용자 입증 책임으로 전환해 노동자들의 입증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연인원 수천만명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의를 외치는 와중에 벌어진 이랜드 임금체불 사태와 임금체불에 대한 이랜드의 대응은 ‘민주주의는 사업장 문 앞에서 멈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이랜드파크 단일기업 연간체불액이 업종 연간체불액의 11.7%에 이른다는 것은 2016년 최대치라는 1조 4천억의 체불도 과소 추계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촛불이 바꿔야 할 것은 박근혜 뿐 아니라 일터에서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노동자들에 대한 농단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다.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임금체불에 대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