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비정규직, 상병수당
황선웅 부경대학교 교수
코로나 위기는 끝났는가?
며칠 전 갑작스럽게 콧물, 재채기와 함께 몸살을 겪었다. 처에게 옮겼다가 원망받고, 회복기에 다시 걸리면 안 되니까 이제부터라도 수건과 컵 등을 따로 쓰자고 말했다가 또 한 번 혼났다. 코로나였을까, 단순 감기였을까? 만약 코로나였다면 세계보건기구(WHO)에 지난 7일간 보고된 7.7만 명 중 한 명이었으리라.
국제보건기구는 지난해 5월 공식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중보건 비상사태의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감염으로 고통받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대규모 전염병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코로나 위기 대응에서 조정, 평등, 연대의 부족 등 많은 실수가 있었고 이를 교훈 삼아 치열한 제도개선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사회의 어떠한 단층선을 드러냈는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이 글은 그중 한 가지로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감염자 자가격리 조치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에 미친 영향에 관한 필자의 최근 연구 결과를 간략히 소개한다. 직장갑질119에서 2022년 3월부터 9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수집한 설문조사 자료를 이용하였다.
코로나19 자가격리로 인한 소득 손실 경험
조사대상자는 20~65세 직장인 4,000명이다. 본 연구는 그 중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는 1,064명의 자가격리 기간 중 소득 손실 경험을 분석하였다. 아래 표는 조사 결과를 요약해 보여준다.
코로나19 감염 후 자가격리로 인한 소득 변화와 직장 내 휴가 조치
전체 참여자의 30.5%는 코로나19 양성 반응 후 자가격리로 본인의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중요한 특징은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정규직은 그러한 응답 비율이 18.6%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절반이 넘는 53.1%의 인원이 자가격리 기간 중 소득 손실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비정규직의 소득 손실 위험이 정규직보다 3배가량 높았음을 보여준다. 비정규직 세부 고용형태 중에서는 시간제 (59.0%)와 비전형(57.6%; 간접고용/특고)의 소득 손실 위험이 임시직(44.6%)보다 높았다. 성별, 나이, 학력 등 인적 특성과 산업, 직업, 직장 규모 등 여타 일자리 특성을 통제해도 이러한 집단 간 격차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했을까? 질병/부상 상황의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체계가 고용형태에 따라 매우 불균등하기 때문이다. 첫째, 유급 병가 이용률이 달랐다. 정규직은 코로나19 자가격리로 인한 결근이 본인의 직장에서 “무급”으로 처리되었다는 비율이 13.8%이었지만, 비정규직은 그러한 비율이 42.0%에 달했다. 둘째, 상병수당의 소득대체율도 달랐다. 유급휴가를 받은 인원 중 소득 손실을 겪은 비율도 비정규직(19.1%)이 정규직(5.6%)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동안 금전적 지원이 있더라도 비정규직은 기존 임금보다 낮은 수당을 받는 비율이 훨씬 높았음을 의미한다.
보편적이고 관대한 상병수당, 시급히 도입되어야
OECD 38개 회원국 중 법정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한국은 2025년 도입을 목표로 2022년 7월부터 3단계 시범 사업을 시행 중이다. 늦게나마 제도 도입이 추진되는 건 다행이지만, 현재 운용 중인 시범 모델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지원 대상이 65세 미만 취업자, 건강보험 직장가입 또는 고용/산재보험 가입자, 중위가구소득 120% 이하 등으로 제한적이고, 최소 8~15일 이상 연속해 일하지 못하거나 일정 기간 이상 입원한 경우만을 인정하는 등 질병/부상 요건도 너무 엄격하다. 최대 지급 기간을 90~120일로 제한하면서 3~14일의 대기기간은 지급 제외하는 것도 자의적이며, 급여 수준을 병가 전 직전 임금도 아닌 법정 최저임금의 60%로 설정한 것도 국제 표준에서 한참 벗어난 소극적 조치이다. 고용인의 유급 병가 지급 의무는 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건강보험 재원만으로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제도 이용률을 떨어뜨릴 수 있고, 이미 여러 나라의 제도 운용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데 시범 사업으로 3년이나 보내면서 제도 도입을 늦춘 것도 적절치 못한 결정이었다.
현재의 시범 사업 모델과 같은 제도가 도입된다면 대다수 노동자는 질병/부상으로 인한 휴식 시 소득감소를 피할 수 없으므로 웬만해서는 아픈 몸을 이끌고 계속 출근하려 할 것이다. 노동자의 중장기 건강 악화 및 의료비 부담 증가, 기업 생산성 저하, 지역사회 감염병 확산 차단 정책의 효과 저하 같은 부정적 영향도 계속될 것이다. 법정 상병 수당, 도입 일정을 앞당기고 제도 접근성과 보장률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