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티브로드·협력업체 노조탄압 중단할 때까지 '고고버스' 계속된다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과 노동·시민단체 200여명 전주에서 해고자 복직 촉구 집회
▲ 구태우 기자 |
23명의 해고노동자가 발생한 티브로드 전주사업부 사옥에 240여장의 희망카드가 빼곡하게 붙었다. “노동자는 2년 동안 쓰다 버리는 부품이 아니다”라고 적힌 카드에 해고노동자들의 시선이 머물렀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전주기술지회 해고자들과 희망연대노조를 비롯한 노동단체 관계자 200여명은 지난 22일 오후 전주 완산구 티브로드 전주사업부 사옥을 에워싸고 23명의 해고자에 대한 복직을 촉구했다.
사옥 벽면에 접착 스프레이를 뿌리고 복직을 촉구하는 내용의 희망카드를 붙였다. 삐뚤빼뚤 어지럽게 나붙은 하얀색·빨간색 희망카드에는 “함께 살자” 또는 “티브로드의 진짜 주인은 노동자”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대부분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해고 사태를 일으킨 원청 티브로드와 협력업체를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전주 일대에서 2차 고고버스(GO! GO! 버스)를 진행했다. 고고버스는 복직투쟁 중인 해고노동자를 응원하기 위해 노조가 희망버스를 차용해 만들었다. 2차 고고버스에는 티브로드·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씨앤앰 노동자들이 탑승했다. 서울·부산을 포함해 각지에서 올라온 고고버스 탑승자들은 전주기술센터에서 해고된 노동자 23명과 한빛북부센터(경기도 시흥)에서 해고된 노동자 28명의 복직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전주기술센터와 센터장 자택 앞, 전라북도청, 전주사업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지회·티브로드 전주사업부·전주기술센터 간 4자 면담이 성과 없이 끝난 탓인지 김아무개 센터장과 원청 티브로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 구태우 기자 |
“10년 이상 인터넷 설치했는데, 노조활동 이유로 자르다니”
이날 오후 전주 완산구 미소드림아파트에는 전주기술센터 해고자들의 호소가 아파트 단지에 울렸다. 공동행동은 23명의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김아무개 센터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집회에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김종이 지회 조직국장은 “10년 20년 유선방송과 인터넷을 설치한 기사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길거리로 내몰렸다”며 “곧 있으면 아빠가 되는 조합원도 있고 결혼을 하는 조합원도 있는데 두 달 넘게 밥벌이를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국장은 “미소드림아파트에 사는 김아무개 센터장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10년 넘게 일한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일 해고된 노동자들은 이달 120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았다. 4개월 뒤에는 실업급여마저 끊기지만 전주기술센터가 이미 직원들을 채용해 복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19년차 설치기사인 정상조씨는 지난달 두 자녀의 학원을 모두 끊었다. 티브로드가 설립되기 전인 1997년부터 반도유선방송 설치기사로 일했던 그는 처음으로 실직자가 됐다. 정씨는 “아이들 교육비는 손대고 싶지 않았지만 언제 복직할 지 알 수 없어 학원을 끊었다”며 “설령 복직한다고 해도 티브로드와 협력업체가 계약을 갱신하는 2년마다 해고를 걱정할 수밖에 없어 정부와 정치권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박대한 지회 조직차장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센터에서 쫓겨났지만 내 가족 생계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복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구태우 기자 |
“티브로드와 전면전 … 센 놈보다 질긴 놈이 이긴다”
공동행동은 전주기술센터·한빛북부센터 같은 협력업체에서 해고 사태가 이어지자 티브로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남신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티브로드의 노조 탄압과 대규모 해고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티브로드와 전면전을 통해 노조탄압을 해결하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구속시키겠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조합원 김아무개씨는 지지발언으로 고고버스 집회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씨는 “SK브로드밴드나 티브로드나 협력업체 바지사장들이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하는 갑질은 비슷한 것 같다”며 “8개월 이상 복직투쟁을 한 끝에 모두 복직하는 걸 보면서 센 놈이 아니라 질긴 놈이 이긴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전주기술센터 해고사태와 관련한 요구안을 전북도청에 전달했다. 공동행동은 전북도청이 나서 해고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주기술센터 협력업체인 구이앤금우통신이 전북도청과 체결한 관급공사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윤진영 노조 공동위원장은 “전주기술센터 센터장은 자기가 을이라고 주장하면서 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등 갑보다 나쁜 을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해고자 23명 전원을 복직시키고 노사관계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때까지 고고버스는 계속 내려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전주사업부 앞에서 개최한 결의마당을 끝으로 2차 고고버스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