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15일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한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를 시작으로 올해 1월 15일, 2월 7일까지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다. 석 달 만에 세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과연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이하 ‘하노위’) 강병재 위원장에게 잇따른 산재사고의 경과와 원인을 물어보았다. |
석 달 사이 세 분이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으셨는데요. 경과를 말씀해주세요.
우선 저희는 사망사고 나면 영안실에 가서 유가족부터 만나요. 또 돌아가신 분들 회사 동료들도 만나서 사고 경위를 파악해요. 경위파악은 중요해요. 거제라는 동네는 대우조선해양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언론이고 노동부고 다 잡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조작이 심각합니다. 명백한 사고도 은폐되는 경향이 있죠. 노조에서 조사한 내용들과 다른 내용도 많아요.
특히 지난 2월 7일에 있었던 19살 고교생 하청노동자 사고는 지금도 의문이 많습니다. 유가족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내용이랑 사측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랑 달라요. 사고가 난 다음날 유족들이 현장방문을 했어요. 그 자리에 경찰하고 회사 측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사측이랑 경찰에서는 “배가 이동된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고 당시 현장에 노동자가 없었다”라며 사고 장소가 다른 장소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사측이나 경찰은 고인이 작업 현장을 벗어나 혼자 고민하다가 자살을 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려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후 저희가 기자회견도 하고,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는 등 문제가 커지니 달라졌어요. 더 이상 자살로 몰아갈 수 없게 되었죠.
최근 잇따른 산재사고에 대해 노동조합에서도 대응을 해야 하고, 지역 단체들에서도 대응을 해야 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저희는 답답했던 거죠. 그래서 ‘하노위’에서 대응을 하게 되었죠. 금속노조 경남지부하고 민주노총 경남본부에 공동으로 제안을 했어요.
잇따른 산재사고를 다들 방기했던 것이군요.
금속노조 경남지부하고 민주노총 경남본부에 제안을 했을 당시에도 반응들이 별로였어요. 그래서 저희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지니 대우조선노동조합이 반대하기 때문에 같이 하기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사실 그 앞전의 사고는 대형사고에요. 320m 블록이 떨어져서 깔린 사고거든요. 한사람은 사망, 9명은 중경상을 입은 대형사고지요. 그런데 특별안전점검이나 이런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거든요. 이에 ‘하노위’가 주축이 되어 노동건강연대와 같은 사회단체들과 급하게 기자회견을 진행했어요. 그렇다보니 방송에도 나오게 되고, 이슈가 되면서 확산이 되었죠. 원래 기자회견 하기 전까지는 노동부에서도 별 대응이 없었어요. 그런데 기자회견 이후 특별근로감독 신청이 들어갔고, 현재 특별근로감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후 서울에 있는 동지들, 그러니까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와도 연결이 되어 3월 14일에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했었어요.
최근 대우조선해양에서 산재사고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원래 조선소에서는 알게 모르게 산재사고가 많이 일어나요. 그런데 지금처럼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노동자들이 죽는 경우는 거의 없었죠. 최근 조선소에서 죽음의 행렬이 늘고 있는 것은 비정규문제와 관련이 있어요. 지금 조선 산업이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요. 거의 모든 회사들한테서 정리해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지금도 사람을 받아요. 이는 대우조선해양이 저가수주를 많이 받기 때문인데요. 현대중공업에서는 안 받는 수주도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받고 있죠.
지금 대우조선해양에 비정규노동자들이 3만 정도 되요. 전체 노동자가 4만 2천 명 정도이고, 이 중 정규직이 7,100명, 사무직이 4,500명 수준이거든요. 비정규노동자들의 숫자가 엄청난거죠. 사내하청, 경비노동자, 식당노동자 등 기술직, 관리직, 공무직, 곳곳에 다 외주를 준 상황이에요. 얼마나 심하면 안전관리부서까지도 외주를 줬겠어요. 안전관리 부서는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주거든요. 지식이 있어야 하고 경험도 있어야 하고. 그런데 그걸 외주화하고, 자격증이 있는지 의심이 드는 젊은 사람들이 와서 안전관리를 해요.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에요. 최근 비정규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이들에게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한 적이 없어요. 물론 기본적인 안전관리요원을 늘린다던가, 시설확충을 한 적도 없었죠. 그냥 와서 싸인만 하고, 저가수주에 투입시키는 거에요.
현장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희가 이번에 ‘복직합의이행! 노동3권보장! 데마찌(불법 무급휴업) 휴업수당 지급’ 이렇게 세 가지 요구를 걸고, 서명운동을 했어요. 4일 만에 1,800명 서명을 받았어요. 다들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서명을 받으면서 그 옆에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씩 쓰게 해요. 그럼 많은 분들이 그 칸에다 ‘불안하다, 더 이상 일 못하겠다.’라고 써요. 다들 불안해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대우조선해양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이제는 현장에 가보면 젊은이들이 눈에 보일 정도에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무조건 사람만 받아서 현장에 투입시키고 있거든요. 기본적인 안전관리 규정을 교육하지도 않아요. 지금 특별근로감독을 하니 사측에서 노동자들에게 교육을 시켜요. ‘감독관이 질문하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대답하라.’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서명운동의 내용은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복직합의라고 하는 것은 저에 관한 것인데요. 제가 2012년에 송전철탑 고공농성을 했었죠. 그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회사에서는 저를 2012년 12월까지 복직을 해주겠다며 확약서를 썼어요. 그런데 이행하지 않고 있거든요. 이를 이행하라는 요구죠. 그리고 나머지는 보시는 그대로의 내용.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자는 수준의 요구들이죠. 이런 서명 작업을 통해 비정규노동자들은 단순히 안전문제 뿐 아니라 본인들의 근로조건 등의 문제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저희가 기간에 활동하면서 하청노동자 3,300명 정도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거든요. 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카톡을 보내주는데, 그런 것들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현장에서는 힘으로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그렇다보니 여론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요. 다행히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이후 기업살인법을 제정하자는 방향으로 사업을 잡아서 기업이 사망사고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