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 “조국 사태에서 20대가 분노한 건 계급불평등의 세습을 봤기 때문”
센터 기사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19.09.11 11:04:54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
“조국 사태에서 20대가 분노한 건 계급불평등의 세습을 봤기 때문”
정원식 기자 (경향신문 / 2019. 9. 10)
기성세대가 대학생들의 자기성찰을 비판할 자격 없어
문 정부의 경제정책 대선 공약 ‘후퇴’ 넘어 ‘폐기’ 수준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을 두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계급불평등이 어떻게 재생산되느냐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9일 자택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논의가) 지나치게 조국 개인이 (법무장관직에) 적합한가 아닌가를 두고 벌어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이사장은 사회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계급관계와 노동계급 형성 등을 연구해왔으며 대표적인 실천적 지식인으로 꼽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조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가톨릭대 사회학과에서 정년퇴임했으며, 퇴임에 맞춰 <함께 잘사는 나라 스웨덴: 노동과 자본, 상생의 길을 찾다>(사회평론아카데미)를 펴냈다. 인터뷰는 저서와 관련된 질문으로 시작됐지만,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진단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노동·자본 상생이 가능할까.
“스웨덴도 1920년대까지는 자본이 일방적으로 노동을 지배했다. 노동계급이 정치세력화에 성공해 경제민주화 제도를 만들면서 자본이 노동계급에 대한 일방적 계급지배 방식을 포기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 노동 정치화 논란이 인다.
“우선 정치세력화 주체의 문제가 있다. 진보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정치세력화의 선봉에 세워야 하는데 지금은 정파의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되는 구조다. 시민들이 사회를 보는 시각에서 계급불평등이라는 관점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스웨덴은 10대들이 보는 교과서에도 계급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스웨덴보다 훨씬 더 불평등한 사회인데 계급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안 한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관련 논란에서 사람들이 화들짝 놀란 이유도 그래서다. 시민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를 계급관계와 계급구조의 시각으로 보지 못했던 거다.”
- ‘조국 논란’을 어떻게 봤나.
“지나치게 조국 개인이 적합한가 아닌가를 두고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계급불평등이 어떻게 재생산되느냐를 보여준 것이다. 20대들이 지지를 철회한 것은 계급불평등이 세습된다는 사실에 분노한 거다. 청문회도 ‘10 대 90’의 사회에서 10%에 해당하는 기득권 세력이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싸운 것 아닌가. 진보언론과 진보정당도 계급불평등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해답을 못 줬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조국 청문회가 됐다. 여성 문제를 보면 세계적으로 성차별이 가장 심각하다. 그래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중요한데, (국회 청문회가) 조국만 갖고 ‘죽이니 살리니’ 하는 것이 됐다. 자유한국당 프레임에 놀아난 것 아닌가.”
- 학생 집회도 비판받았다.
“기성세대가 이런 세상을 만들어놓고, 대학생들에게 자기 성찰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자격은 없다고 본다. (서울대·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 학생들의 목소리만 전달된 건 문제다. 지방대 학생이나 대학 진학을 못한 청년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전달됐어야 한다. 5% 트랙에서 배제된 학생들, 대학도 못 간 노동자들 목소리도 대변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 노동운동이 바뀔 점은.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이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를 포함하는 전체 노동을 대변해야 한다. 정규직 노조 중심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민주노총의 경우에는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
-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1년 전 상황이 ‘후퇴’였다면 지금은 ‘폐기’ 수준이다. 공약만 보면 한국이 거의 스웨덴 옆 동네까지 갈 수 있는 좋은 공약인데 준비가 안돼 있었던 것 같다. 집권세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촛불세력도 정부가 대선공약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개입했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는 촛불의 명령을 어긴 것으로 잘못된 결정이다.”
- 기후에 대한 스웨덴 의식은.
“환경·생태 교육을 학교에서부터 강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에서야 원전 문제가 이슈가 됐지만 스웨덴은 1976년 총선에서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쟁점이 됐다. 당시 사민당은 1926년부터 40년 넘게 장기 집권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정권을 넘겨줬다. 한겨울에도 지하철 두세 정거장 정도는 걸어서 다닐 정도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일상화돼 있다.”
- 향후 집필 계획은.
“노동계급 형성 문제는 계속 연구한다. 새로 하고 싶은 건 성평등과 여성노동 연구다. 학자들만 읽는 논문은 안 쓸 생각이다. 학술적 내용을 대중적으로 쉽게 쓴 글들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