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티브로드 비정규직 응원 한마당] 오늘만큼은 웃자
광화문 한복판서 장기농성 조합원 위한 문화제 … “진짜 사용자 원청 교섭 나서라”
구태우 (매일노동뉴스 / 2014. 9. 3)
▲ 구태우 기자 |
떡메가 허공을 갈랐다. 떡판에 떡메가 “쿵”하고 부딪히는 소리를 “쩌억” 소리가 되받았다. 빨간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은 떡메가 한 번 부딪힐 때마다 “단결”, “투쟁”이라고 외쳤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태광그룹 본사 앞에는 희망노조연대 케이블방송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노동자들의 웃음소리가 요란했다.
3달 가량 계속된 노숙농성으로 심신이 지친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씨앤앰-티브로드 비정규직 응원 노점과 문화제 한마당’에서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심신의 피로를 잊었다.
이날 행사에서 지부 조합원들은 ‘진짜 사용자’가 있는 태광그룹 본사 앞에서 팽이치기·제기차기·바둑 두기를 했다. 장기화된 농성으로 지친 조합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건강검진·한방치료 부스도 마련됐다. 조합원들은 건강검진과 한방마사지 등을 받기도 했다. 문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작가회의와 녹색당 등에서도 파업기금 마련을 위해 부스를 열었다.
티브로드 서울지역 도봉노원기술센터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이재윤(32) 조합원은 이날 떡메치기를 신명나게 해 조합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씨는 “노숙농성하는 조합원을 위해 신명나게 치면 힘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티브로드 안양지역 남부기술센터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홍중(43) 조합원은 한방마사지를 받았다. 김씨는 “케이블을 들고 사다리를 오르느라 어깻죽지가 많이 아팠는데 마시지를 받아 좀 낫다”며 “빨리 문제가 해결돼 공구가방을 들고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의 연대도 눈에 띄었다. 양은숙 시인은 이날 자신의 시집에 직접 쓴 사인을 담아 판매했다. 양씨는 “간접고용 노동이 늘어나 노동자와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우리 모두 이상을 꿈꾸는 것이 일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한가위를 앞두고 장기농성 중인 케이블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 동안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준비했다”며 “원청인 씨앤앰과 티브로드가 책임져야 할 문제임에도 (원청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