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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대책 虛와實] “몸통은 빼고 곁가지만 건드린 수준” 민노총 등 노동계도 혹평
-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노동계의 반응은 차갑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너무나 안일한 대책”이라며 “근로자들이 귀향하는 연휴 직전에 발표한 것도 비난의 소나기를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는 문제부터 성의가 없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까지 올리는 것 등 핵심적인 개선 방안은 다 빠졌다”면서 “몸통은 빼고 곁가지만 건드린 수준이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도 이번 대책을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라고 혹평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비정규직 차별과 임금, 근로조건 개선에 관해 주목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노동계를 배제한 채 만들어진 이번 대책은 실질적인 내용이 포함되도록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영세사업장 저소득 근로자 지원 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120% 이하로 한 것을 두고 “당초 10인 미만, 최저임금 130% 이하로 논의되다 축소됐다”며 “사회안전망과 복지 확충을 목표로 한 이번 대책의 미약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규직에 제공되는 복리후생과 상여금이 비정규직에게도 적용되도록 권고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법원에서 이미 복리후생과 상여금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판결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국 차별금지 입법화를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도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보호에 급급한 내용”이라며 “비정규직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근본 대책 없이 보호에만 급급하면 비정규직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 것이란 지적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금은 비정규직 확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중요하지, 이 같은 생색내기 대책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국민일보 / 201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