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⑥] 회의 불참 사용자위원,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최혜인
일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 몰랐다. 공익위원과 노동계는 준법을 이야기 하며 시급과 월 환산액 표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건 최저임금법의 주지의무(11조)와 근로기준법의 유급휴일(55조), 임금지급(43조) 의무를 지키자는 준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용자위원이 설명하는 것처럼 ‘과도하거나’ ‘편향된’ 요구는 더더욱 아니다.
세종시에 도착해서야 사용자위원들이 전원회의 ‘보이콧’을 선언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 ‘보이콧’이란 부당한 일에 저항하기 위한 집단 거부행동이다. 사용자위원들은 ‘보이콧’을 말 할 자격이 없다. 현행법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진일보한 안건이었고, 회의 진행 방식 또한 민주적이었다. 합의를 위해 노동계가 중재안도 제시했다. 사용자위원들이 집단 퇴장 할 어떠한 명분도, 대안도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까지 불참해버렸다.
노동계-공익위원 간 상당부분 의견 일치 확인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회의 참석 요청에도 불참했으므로 의결정족수와 관계없이 의결이 가능했다.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용자위원을 한 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노-사-정 삼자 회의 원칙이 최저임금위원회의 취지기 때문이다.
노동자위원9 : 오늘 의결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결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안건 1,2,3의 방향성은 정리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또 임금수준으로 넘어가지 못할 것 같다. 9차 전원회의에서는 심의안건을 어떻게 할지 정확히 해야 한다.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은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하고 회의를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할지 의견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공익위원은 노-사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발언을 자제했는데, 이번 기회에 공익위원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진 것은 특히 의미 있었다.
공익위원8 : 법리적으로 오늘 의결할 수도 있지만 한 번 더 설득의 기회를 갖기 위해 다음 회의로 넘긴 거다. 다음 회의에서도 표결 여부를 다시 다툴 건 아니라고 본다. 운영위에서는 의결안의 문구를 정확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공익위원7 : 월급을 병기하는 건 제도개선이 된다고 생각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사용계가 불만을 가져서 잘 생각해보니 경총에서는 시, 주, 일, 월 중 하나를 정하라고 한다. 하지만 하나만 정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다. 그런 부분에서 사용계에 불쾌하고, 병기는 제도개선과 홍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용자가 나간 상황에서 법에 의해 표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맞냐는 건 확신할 수 없다.
공익위원2 :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든 의결을 해야 하고, 운영위에서 안건을 명확히 해 와야 한다고 본다. 생계비 관련해서는 생계비전문위원회에서 치열하게 논의를 해왔고, 유사통계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 국민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인 만큼 유사통계 활용은 정확도 측면에서 신뢰하기 어렵고 가급적이면 대표성 있는 자료가 있었으면 한다. 생계비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분석이 내년도 심의를 위해 이뤄졌으면 한다.
공익위원들은 대체로 노동계의 합리적인 제도개선 요구에 동의하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면서도 다행스러웠다.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며 제도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최저임금제도 홍보와 올바른 정착을 위해 체불되기 쉬운 주휴수당을 알려 의무 이행을 유도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안정화’다.
너무나 어이없는 이유로 두 번이나 회의에 불참한 사용자위원을 보며 안타까울 뿐이다. 한 영세기업 사용자가 말하길,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직원 다섯 명 중 최저임금만 딱 주는 직원은 어차피 한명 뿐이다. 대기업 운영하는 사람들이 사용자위원으로 들어갔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적절히 하고, 자재비 갑자기 올리고 납품 단가 깎고 대금 처리 지연하는 거나 안했으면 좋겠다’고. 사용자위원들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