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과 이웃 중에 이미 상당수가 비정규직입니다. 십수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과 희생에 힘입어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과 절박함이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습니다만 정작 현실의 비정규직 문제는 뒷걸음질쳐왔습니다. 일부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한 사례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대규모 비정규집단이 고착화, 구조화돼왔습니다. 법제도 개선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지만 법이 바뀐다고 곧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호전되진 않으므로 결국 당사자와 문제해결 주체들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 만들기’ 1천만 선언운동의 의미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1천만 선언운동의 분기점이 될 10월 27일은 10만개의 촛불이 모여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를 만들자는 열망을 모으는 날입니다.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고, 진짜 사용자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사회! 중간착취와 사람장사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사회! 나쁜 일자리를 추방하고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는 당연히 정규직으로 일하는 상식적인 사회! 더 이상은 이 목표를 미룰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홀대받고 배제당해왔던 그 오랜 세월 흘린 눈물과 피땀이 10만 촛불로 승화돼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힐 것입니다. 비정규직 당사자와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삼삼오오 가족과 이웃, 친구, 연인의 손을 맞잡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촛불을 밝힐 것입니다. 불평등과 부정의가 판치는 이 나라의 그늘을 횃불로 환히 밝히는 광명의 날이 될 것입니다. 대선 주자들이 비정규직 의제를 구두선으로 여기지 않도록 강력한 메세지를 선포할 것입니다. 1800여일 가깝게 투쟁해온 재능 학습지 교사들과 스물두분의 영정을 안고 싸워온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 용역깡패 폭력과 불법 직장폐쇄에 맞서 투쟁해온 노동자들을 비롯한 이 땅 모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착취받고 소외받아온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를 한목소리로 외칠 것입니다.
작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김진숙 동지의 외로운 투쟁에 연대하고 사람을 살리고자 원정투쟁을 감행한 아름다운 ‘희망버스’를 기억합니다. 사심없는 맘들이 모여 얼마나 큰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체험했습니다. 10월 27일 10만 촛불 대행진은 제2의 희망버스입니다. 희망이 가뭇없이 사라져 현실의 피폐함과 곤고함만이 삶을 짓누르는 이 땅의 모든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이주노동자들을 향한 연대의 촛불이기 때문입니다. 포기해야 할 이유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견뎌야 할 이유가 더 많은 모든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고 어깨동무하는 몸짓이기 때문입니다.
10월 27일 10만 촛불대행진은 대선 시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계급투표를 하기 위한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민주화는 사회경제민주화, 즉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입니다. 어떤 정책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롤러코스트를 탈 수 밖에 없습니다. 선출된 그 누군가가 우리 삶을 재단하게 놔둘 순 없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치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여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후보를 뽑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일 유급휴무제 도입과 선거 시간 연장, 투표소 확대 등 참정권 보장을 위한 여러가지 법제도 개선이 절실하게 요청됩니다. 10만 촛불은 이런 기본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촛불이기도 합니다.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10만 촛불과 1천만 선언으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목표가 될 것입니다.
모여라! 10월 27일(토) 10만 촛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