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운영에 부족한 최저임금위원회 예산, 증액해야 (2015.10.19 - 오마이뉴스)
'농한기'에 접어든 최저임금위원회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매년 8월 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기 전까지, 사용자위원·노동자위원·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현장방문과 전문위원회·전원회의 등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낸다.
4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로 '농번기' 정도로 표현하면 적당하다.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나면, 그러니까 농번기가 끝나고 8월 5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고 나면, 그때부터 내년 4월까지 쭉 '농한기'에 접어든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개월 바짝 운영되고 남은 9개월은 태만한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정 직전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외의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너무하다.
그래서 올해부터 노·사·공이 마음을 모아 최저임금 결정 이후에도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저임금제도의 발전을 위한 연구 및 건의가 위원회의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사는 이미 제도개선 요구사항을 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농한기'의 최저임금위원회가 처음으로 일손을 잡은 것이다. 하반기 동안 제도개선위원회를 열어 노·사가 제출한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최저임금 홍보를 강화하며 조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세 가지 안을 중심으로 한 하반기 사업계획이 발표됐다.
최저임금 결정 이후에도 위원회 활동, 문제는 예산 부족
동시에 위원회는 최저임금 홍보 전단을 위원과 배석자에게 나눠주며 홍보사업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또한 센터가 숱하게 지적했던 위원회 홈페이지 접근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그뿐만 아니라 위원과 최저임금 노동자·중소 영세기업 사용자가 직접 만나는 지역순회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는 '농번기'에 실시한 현장방문과 비슷한 것으로, 최저임금제도 개선 사항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함과 동시에 최저임금을 홍보하고 미만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일정상 빠듯하다 못해 형식적으로 지나가 버린 현장방문이 못내 아쉬웠는데, 지역순회 간담회를 통해 위원들이 현장 친화적인 논의를 이어가면 참 좋겠다. 또한 조직 역량 강화를 위해 공개토론회·해외사례 탐방 등 의미 있는 활동을 계획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이 제출한 사업계획은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과 제도 개선·홍보 등은 서로 긍정적인 연쇄작용을 일으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계획을 실행할 위원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업계획 이행을 위해 위원회가 내년도 예산 증액을 요청했음에도 기획재정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별다른 사업 없이 실비 위주로 예산이 구성됐기 때문에 예산 증액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긴 '농한기'의 역사를 접고 연중무휴 '농번기' 체제로 돌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늘지 않는 예산 탓에 자칫하면 속 빈 강정으로 그치게 생겼다.
예산 편성이 마무리되기 전, 위원회의 개선된 계획이 성사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제도개선과 홍보 등 하반기 사업 실행을 위한 적절한 예산을 투입하길 바란다. 하반기 사업은 곧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이자 고용노동부의 비전이다. 하반기 사업 수행을 위한 예산 편성에 고용노동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최혜인 시민기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