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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주최한 '2015년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 당선작입니다.
또 다. 통장 잔액이 어김없이 세자릿수를 가리킨다. 부모님께 손을 벌린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러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하나 사 먹을 돈도 이젠 없다. 냉장고는 텅텅 빈지 오래다. 주머니에 남은 몇백 원, 가방 구석에 숨어 있던 몇백 원을 모아 마트에서 1000원짜리 콩나물을 사 왔다. 팔팔 끓인 물에 콩나물을 넣고 소금을 뿌리고, 냉동고에 묵혀뒀던 청양고추도 꺼내 잔뜩 넣었다. 그래야 국 한 숟갈에 밥이라도 잔뜩 먹을 수 있을 테니.사흘 내내 매장에서 팔다 남은 빵과 콩나물국으로 버텼다. 일주일에 5일씩 출근하며 돈을 버는 데도 대체 왜 이 서러움은 매달 반복되는 건지. 내가 최저임금 받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여서 그런 걸까. 수십억 원짜리 금수저 대신 평범한 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