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의 차별이 벌어지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민주노총에 대한 안팎의 평가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100일 때 사내하청 노동자는 50, 1차 협력사 사내하청은 30, 2차 협력사 사내하청은 22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단순한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87년 이후 노동시장 내부에서도 기업규모별, 노동형태별로 격차 심화와 분절화가 일어났는데 민주노총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민주노총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확보하지 못해 노동 양극화, 사회 양극화 확대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민주노조운동 전략위원회가 지난 8월 지역본부, 산별노조 간부 463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부들은 민주노총의 지향 과제 가운데 실제 실현 정도를 묻는 질문에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를 꼴찌로 꼽았다.
비정규직과 함께 대표적 ‘노동약자’로 꼽히는 청년층을 껴안는 데도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주도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같은 정공법을 외면한 채 임금피크제 도입, 일반해고 요건 완화 같은 꼼수를 청년고용 해법이라고 밀어붙이는 상황에서도 민주노총만의 정교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청년조합원은 늙어버린 노조운동의 지속성을 결정지을 에너지”라며 “청년을 운동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20주년을 맞은 민주노총의 깊은 고민”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10년간 25만명가량의 조합원이 퇴직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청년 노조가입률 역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시도에 맞서 지난 4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벌였지만 노동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민주노총 상근자조차 “총파업이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만 얘기된다. 조합원은 총파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했지만, 정부·재계를 상대로 교섭을 하려는 다른 전략도 없다 보니 진보진영 안에서조차 미약한 존재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월 열린 민주노총 창립 2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민주노총은 투쟁전술은 있지만 교섭전술은 사실상 없다”며 “한국 노동시장의 모순에 대해 민주노총보다 오히려 정부와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자신들 입장의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조합 운동은 기본적으로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사회적 교섭기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20살 성년을 맞은 민주노총 앞에는 축하 꽃다발보다 무거운 숙제가 놓여 있다. 출범 때 민주노총 운동의 양날개였던 ‘산별노조 조직’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노동당을 이은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일단 멈춰진 상태다. 노동자 단결을 위해 기업노조 체계를 해체하고 산업별로 단일한 노조를 만드는 작업도 지지부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