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한 투쟁전선으로 (2015.10.29.) - 매일노동뉴스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노동개악을 앞세워 민주노조 고사와 전 국민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획책하던 박근혜 정부는 다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로 거칠지만 치밀하게 1% 기득권 사수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집요하게 가리고 막으면서 대를 이어 자신들의 사익을 보장받는 현대판 카스트 제도를 관철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역사책마저 정략의 수단으로 삼아 소모적인 사회적 논란을 불사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앞둔 덩치만 큰 경제대국은 유아기 정신으로 혼동의 난세를 지나고 있다. 친일과 독재를 구국의 결단으로 미화하려는 유신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된 후과로 인한 아픔이 통절하다. 권력자가 나서서 민란을 부추기는 꼴이지만 노동자 서민은 매일 마주치는 일상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바쁘다. 그릇된 것을 깨치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치는 언제 오려나.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정부는 전근대식 행태를 마다 않는 '묻지 마' 식 마이웨이 행보다. 권력자의 무도한 역사 왜곡 시도와 반노동정책은 한 궤로 엮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친박-비박 간 치열한 내부 패권경쟁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읽힌다. 정의와 진실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음모와 간계가 공익의 이름으로 판친다. 희망의 진지가 돼야 할 정치가 절망을 부추기는 주범이 돼 넘치는 회의와 냉소가 우리 사회 도처에 먹구름처럼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희망을 구체적으로 일구는 용기가 절실한 때다. 온라인에서 파편화된 채로 불만을 쏟아내는 청년들의 분노와 한탄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개악의 최초 희생양이자 최대 피해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통로조차 막혀 있다. 누적돼 온 심각한 사회모순을 타파할 혁명을 꿈꾸지만 당면한 현실은 소소한 개량마저 까마득해 보이고 그저 반동을 막아 내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어디서, 누가, 무엇으로부터 이 암울한 시대의 어둠을 밝힐 등불을 끝내 밝힐 수 있을까.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청년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구호다. 불평등이 극대화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선할 방도가 있기는 한 것인가. 120여년 전 동학농민혁명군이 든 죽창에 비견될 우리의 무기는 무엇인가.
을들의 반란이 유일한 희망의 근거다. 재벌과 정권으로부터 착취받고 핍박받으며 고통을 묵묵히 감내해 온 비정규직·영세자영업자·실업자·청년들이 손 맞잡고 일어나지 않는 한 이 땅의 전도된 가치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다. 당사자들의 진솔한 목소리와 공동행동이 현실의 변화를 불러올 유일한 변수다. 자발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예기치 않는 경로로 운집할 노예들의 반란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희망이다. 강대한 로마제국을 뒤흔든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처럼.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민중 조직은 민중총궐기로, 목소리 내고픈 을들은 국민투표로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폭정에 맞서 싸워야 한다.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 국민투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버린다고 공언한 600만표를 넘어설 때 정권심판의 징표가 될 수 있다. 현재 1만개가 목표인 국민투표 투표함이 1천700개를 넘어서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노동조합 바깥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더욱 광범위하게 동참할 수 있도록 국민투표 전파와 확산에 힘을 쏟아야 한다.
박근혜표 노동개악은 노동자들의 몸을 망가뜨리고 국정교과서 강행은 전 국민의 정신을 앗아 가는 폭거다. 공동체의 근간을 허무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난동을 응징하지 않으면 그 칼끝은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의 가슴으로 날아든다. 총파업-민중총궐기-국민투표로 형성된 노동개악 저지와 민중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전선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투쟁전선을 하나로 모아 가야 한다. 단일한 투쟁전선 구축으로 불의한 수구보수 기득집단의 저의를 파탄 내고, 노동자·민중의 참 대안을 역동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민주노총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국민투표 실행본부가 한 몸처럼 유기체가 돼 힘을 주고받아야 한다. 목적의식적으로 목표를 통일하고 하반기 정세를 승리로 이끌 투쟁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정세를 주도할 과감하고 담대한 투쟁전술이 요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