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이제야말로 바꿔야 한다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매일노동뉴스 (2016. 7. 14)
우여곡절 끝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심의구간을 제시했다. 3.7~13.4%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하한선을 223원 올리는 대신 상한선을 3천162원 깎은 셈이다. 가장 높은 6천838원은 7천원에도 못미친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중심으로 대폭 인상이 대세가 된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든 국민적 여망은 허망하게 스러졌다. 1만원 대 동결 구도로 수정안이 한 번도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이 낸 구간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심의구간을 최종 확인했을 때 박차고 나오고 싶을 정도로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으로서 자괴감과 무력감이 컸다. 공익위원들이야 노사 위원들의 퇴장을 막기 위해 고심 끝에 낸 궁여지책이었겠지만, 최저임금위의 적폐가 다시 한 번 가감 없이 확인됐을 뿐이다. 논의 내용이 제대로 공개조차 되지 않는 최저임금위를 이대로 둔 채 사회적 임금교섭 기구로서 역할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28년 역사의 최저임금위. 이대로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비가 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공익위윈들의 기계적 중립과 정부의 반노동정책 방향 속에서 활로를 찾기 힘든 미로에 갇혀 있다. 관행과 전례로 굳어진 영혼 없는 운영방식에 질식할 듯 하다. 심의구간 기준에서 공익위원들 스스로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 생계비와 노동생산성은 산정 기준에서 아예 빠졌다. 결국 이런 산정 방식의 심의구간은 최저임금의 사회적 의미를 몰각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진정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최저임금위인가. 최저임금위를 혁파하지 않고선 최저임금위의 고사를 막을 길이 없다.
10년째 줄기차게 자동반복기계처럼 동결안을 당연한 듯 제출해 온 사용자위원들의 심각한 행태 또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개선하고 해소할 방도는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에 부문을 대표해 들어온 위원들에 대한 엄정한 검증이 꼭 필요하다.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는 위원들도 있다. 당사자 중심 구조인 최저임금위가 갖는 장점이 외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합리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할 최저임금위가 한 발짝도 나가기 힘든 높은 벽에 막혀 있다. 사회적 임금교섭 구조로서 최저임금위가 제몫을 하려면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
15일과 16일 연이어 전원회의가 잡히면서 최저임금위 역사상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일을 못 지킬지도 모르는 마지노선까지 이르렀다. 사실 그 선을 넘어선들 무슨 천재지변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된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므로 지금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때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최저임금 결정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미뤄져 온 제반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저임금 시급 1만원·월급 209만원은 시대정신을 담은 요구다. 다만 현실 가능한 요구로 만들기 위해선 노동운동과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들의 사회적 힘이 관건이 될 뿐이다. 사용자위원들이 동결을 강조할 때마다 앞세우는 자영업자들의 다른 목소리를 전하며 이 글을 끝맺는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의 인상적인 성명 내용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진실을 쉽고 간명하게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만원은 죄가 없다]
재벌이 중소상인 자영업자 걱정 때문에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단다.
벌 받아요. 그런 말 하면 큰 벌 받아요.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이지요.
개돼지 같은 민중이라 먹고살게만 해 주면 되나요.
혁명하라고 부추기는 재벌왕국입니다.
하면 되지요. 최저임금 일 만원. 못할 이유 무엇입니까.
면면히 따져 보면 재벌이 문제지, 개돼지가 무슨 잘못입니까.
최저임금 일만원 되면 노동자도 상인들도 함께 살맛 나지 않을까요.
저임금 비정규직 주머니가 비었는데 어떻게 소비가 늘어나겠습니까.
임금님 임금님 최저임금님 오르소서 오르소서.
금방이라도 만원 되셔서 온 세상에 나오소서.
만원으로 인상되면 무엇할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원 없이 가족들과 외식하고 싶다 하더이다.
최저임금위가 환골탈태해 내년부터는 국민임금으로 불리는 최저임금을 온당한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저임금위, 이제야말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