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앞으로 부서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전에 미리 채용 계획과 규모를 심사하도록 하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 심사제를 도입한다. 정부도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는 심사제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의 비용과 편의 때문에 쉽게 비정규직을 채용했다가 나중에 어렵게 정규직으로 전환해온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제도들이다.
6일 서울시는 앞으로 기간제 노동자를 뽑기 위해서는 그 전년 9월 말까지 채용 목적과 인원 등을 시 노동정책담당관, 인사과, 조직담당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간제 채용 사전심사위원회’에 제출해 채용 계획을 심사받도록 할 예정이다. 이때 1년에 9개월이 못 되는 일시적인 일이거나 사업 완료 날짜가 명확한 일이어야만 채용 계획을 제출할 수 있다. 이는 기간제 노동자를 해고하고 다시 그 자리에 기간제를 고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또 비정규직을 최소한 규모로 채용하는지도 심사 기준이 된다. 서울시는 2018년 시와 시 투자기관의 비정규직을 3% 이하로, 민간위탁업체는 10%로 줄일 계획인데, 심사위원회는 전체 비정규직 비율 감축 계획을 근거로 개별 부서 채용 계획을 심사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는 비정규직으로 뽑는 것을 사전에 막지 않으면 현장에서 비정규직 비율을 줄일 수 없다는 서울시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2012년 4월 서울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에 나섰다. 그해부터 2017년까지 매년 107~593명의 시 본부와 사업소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모두 1918명이 정규직이 됐다.
고용노동부도 서울시와 비슷한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정책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을 최대 2년까지만 쓰도록 하는 현행 기간제법을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사유를 따로 정하는 방식으로 고치겠다고 밝히고 부처 의견을 수렴해왔다. 3월까지는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사전심사제의 구체적 운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정부는 우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했는데 직접 고용에선 서울시의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정부 산하 850개 기관의 비정규직에 대한 무관심과 직무유예를 넘어서려면 가이드라인이 더욱 촘촘해져야 하고 법적 지위 개선만이 아닌 임금이나 복지 등 처우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