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어버이연합 내부관계자 증언
“선교재단 계좌, 추씨가 관리”
전경련 재작년에 1억2천만원
3번에 걸쳐 차명계좌로 입금
추씨·탈북단체·보수매체기자
기다렸다는듯 수백만원씩 빼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차명계좌가 탈북단체를 동원한 관제 데모의 ‘일당 정산용’으로 활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어버이연합이 2014년 이전부터 전경련 등 외부 자금 지원을 받아 탈북단체와 극우·보수 성향의 단체 및 언론들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온 의혹이 커지고 있다.
어버이연합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1일 “(전경련의 자금이 입금된) ㅂ선교복지재단의 계좌를 추 사무총장이 관리해왔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전경련은 2014년 9월·11월·12월 세차례에 걸쳐 ㅂ선교복지재단의 계좌에 1억2000만원을 입금했다. 법인 등록도 되지 않고, 구체적인 활동 내역도 없는 이 재단의 계좌가 추 총장의 차명계좌라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 계좌 내역을 보면, 어버이연합이 이전부터 외부 지원을 받아 탈북단체, 극우보수 성향 단체, 보수 인터넷언론 관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보낸 정황이 포착된다. 현재 이 계좌의 내역은 2014년 9월2일부터 같은 해 12월20일까지의 거래 내역만 공개돼 있는데, 계좌에는 전경련의 자금이 처음 입금된 9월5일 이전에도 3800여만원의 잔액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 돈은 100만~600만원 사이 액수로 나뉘어 추 사무총장과 탈북단체 관계자들에게 현금지급기 이체 방식으로 보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00만원은 현금지급기에서 인출되는 등 9월3일까지 계좌에는 751원만 남게 됐다.
9월5일 전경련의 자금 4000만원이 입금되자, 기다렸다는 듯 당일과 다음날 추 사무총장과 탈북단체 관계자에게 600만~800만원씩 각각 전달됐다. 탈북자 단체들로부터 탈북자들을 집회에 동원하는 중간책에게도 일정 금액이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 한 관계자는 “탈북자들을 불러달라고 하면 100명이든 200명이든 동원하는 브로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보수단체인 나라사랑실천운동, 어버이연합의 활동을 꾸준히 보도한 보수 인터넷 매체 기자에게도 100만원의 돈이 계좌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어버이연합 등이 세월호 반대 집회와 민생법안 처리 촉구 등의 집회에 집중했다.
9월20일부터 잔고가 남아 있지 않던 계좌에 11월21일 전경련이 7000만원을 입금하자 역시 같은 방식으로 돈이 빠져나갔다. 즉, 전경련의 자금이 입금되자마자 추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관제 데모에 함께한 단체들과 이를 보도한 인터넷 매체 기자에게 ‘정산하듯’ 돈이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 계좌에서 돈을 받은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9월에 돈을 받았다면 한 두달 전에 (탈북자를 동원한 데 대한 대가로)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집회 동원과 단체와 관련된 일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돈이 극우·보수 성향 단체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됐지만, 전경련은 이를 이사회 의결 등 정식 절차를 거쳐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전경련에 대해 금융실명제 위반, 조세포탈, 업무상 배임 혐의 여부로 검찰 수사의뢰를 하면서 “전경련이 이사회 의결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를 시행했다면 이는 회원사에 업무상 배임죄를 저지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보낸 2014년에 극우·보수 단체 성향의 인사들이 대기업에 기부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14~2015년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 등을 운영하는 인사가 대기업들을 다니며 ‘왜 보수단체에 기부 안 하냐’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기업들이 전경련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어버이연합은 <시사저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는 기사는 소설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