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청년유니온 노동조합설립신고 반려는 노동부의 직무유기이다
3월 23일 노동부가 한국 최초의 세대별노조인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설립신고를 반려함으로써 이명박 정부 반노동정책 집행의 하수인으로서 그 본색을 또 한번 가감없이 드러냈다. 노동기본권 박탈과 저임금,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려온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절한 생존권 외침마저 외면하고, 청년인턴 등 임시방편적이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조치로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더니, 급기야 스스로 당당하게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찾겠다고 일어선 청년들의 정당한 결사체마저 어이없는 이유로 부정한 것이다.
노동부의 청년유니온에 대한 노동조합설립신고 반려는 당사자들의 항변대로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우매한 판단일 뿐이다. 무엇보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등 불안정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할 최우선 당사자인 노동부가 본분을 망각하고 당사자의 단결권마저 짓밟는 것은 자신의 존재마저 스스로 부정하는 어리석은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운 조건에서 자신의 권익을 되찾기 위해 나선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땅히 앞장서야 할 노동부가 되려 걸림돌이 된 이번 반려 사건은 명백한 노동부의 직무유기이다. 우리는 노조와 노동문제에 대해 낡고 뒤틀린 인식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는 노동부의 행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노동부의 노조설립신고 반려 사유가 가관이다. 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아예 정치활동이 본업인 정치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우습게도 그 근거로 노동부가 문제삼은 청년유니온 규약에 있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 구절은 지금 이 순간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모든 노조 규약에 빠짐없이 적시돼있다. 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의 강령과 규약에 적시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는 모든 노조들의 존재를 지금 와서 부정하려 하는가. 노동부가 청년유니온의 존재를 문제삼으려면 이 땅의 모든 노조의 존재에 대해서도 문제삼을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노동권과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을 분리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곧 민주주의”임을 애써 외면하는 노동부의 전근대적 인식에 대해선 재고할 가치조차 없다.
그리고 구직 중 노동자의 조합 가입 자격을 문제삼은 것도 납득할 수 없다. 100만 청년실업 시대에 청년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취업을 위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은 노동부가 적극 권장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동법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과 대법원 판례, 그리고 기존 산별노조와 일반노조들의 사례들을 보더라도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노동’부는 이번 반려 사건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자가당착적인지 시험하는 것으로까지 비춰질 정도이다.
이상에서 드러나듯이 노동부의 청년유니온 노동조합설립신고 반려는 법적인 이유를 가장한 정치적인 탄압이다.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며 당사자를 직접 대변할 조직이 가장 절실했던 청년층의 단결이 정권의 정책 실패를 반증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을 예상했던 것에 다름아니다. 노동부는 즉각 자기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법에서 채택한 자유설립주의 원리에 걸맞게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설립신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청년유니온이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지만 옳은 길이기에 머잖아 그 길에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청년들이 함께 할 것이라 확신한다. 노동운동의 역사에서도 언제나 시작은 눈물과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 결실은 참으로 의미있고 값진 것이었음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용기있게 깃발을 올린 청년유니온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비정규직과 실업, 취업 준비 사슬에 얽매여 고통받고 있는 모든 청년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날까지 어깨 걸고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10년 3월 27일
한 국 비 정 규 노 동 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