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조정위원회 구성을 즉각 철회하고
반올림 및 피해당사자들과 직접 교섭에 임하라
지난 7년간 반올림은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해온 슈퍼갑 삼성을 상대로 직업병 진상규명을 끈질기게 요구하며 헌신적으로 싸워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 5월 삼성의 대국민사과를 분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마침내 법원도 직업병을 인정하였습니다.
반올림은 지난 투쟁 과정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보상만을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았습니다. 삼성의 진정어린 사과와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 그리고 보상기준의 확대 등을 요구안으로 내걸고 일관되게 싸워왔습니다. 그 이유는 피해가족 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무엇보다 부당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삼성은 반올림과의 2차 교섭에서 약속한 “양자간 직접 교섭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합의를 파기하고 가족대책위와 별도의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문제해결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올림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면서 조정위원회 구성을 밀어붙인 삼성의 저의가 무엇인지 분노와 함께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조정위원회가 아닙니다. 삼성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폭넓은 보상안 마련, 화학물질 정보공개를 통한 알권리 보장, 독립적인 조사 보장, 투명한 안전보건 위원회 및 감사기구를 두어 직업병 예방대책에 힘써야 합니다. 이런 요구는 반올림의 오랜 시간 동안의 활동 경험이 오롯이 담겨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피해 당사자와 함께 고난의 세월을 딛고 여기까지 온 반올림과 문제해결의 책임 당사자인 삼성이 교섭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물론 제대로 된 보상도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족대책위와 반올림을 분열시키는 수단으로 보상문제를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삼성의 농간에 피해자와 그 가족들 모두가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으며 상처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시간입니다. 삼성의 지난 대국민사과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조정위원회가 아닌 반올림 및 피해 당사자들과의 직접 교섭을 통해서만 확인될 뿐입니다.
삼성은 더 이상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어리석고 비열한 행위를 중단하고 반올림 및 피해당사자들과 다시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화에 임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란 자부심에 먹칠하지 않으려면, 삼성이 즉각 조정위원회 구성을 중단하고 교섭테이블로 직접 나올 것을 촉구합니다.
2014년 10월 24일
(사)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