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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문재인 정부는 이러고도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가 : 정부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악을 규탄하며
센터 성명 조회 수 3213 추천 수 0 2019.01.08 10:22:44문재인 정부는 이러고도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가
- 정부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악을 규탄하며
작년에 이어 또 한 번의 최저임금 제도 개악이다. 정부는 대표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로 자리매김해 온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구조를 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바꾸겠다고 사실상 통보해왔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있게 토론해 볼 기회도 없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불쾌하고 유감스럽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금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최소한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직접당사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교섭을 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정부 추천의 공익위원들은 직접당사자인 노동자 측 위원과 사용자 측 위원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어놓은 방안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결정하고 설정된 인상구간 안에서 결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문가들이 정한 상하한선 안에서 노사가 결정하게 하는 것은 최저임금을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들이 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노사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며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무시하고 책임을 면피하는 선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정부가 2000년에 비준한 ‘노사대표가 최저임금제도 및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할 것’을 권고한 ILO 최저임금 협약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비준된 ILO 협약도 간단히 위배하는 정권이 어떻게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익위원 구성에서도 국회 또는 노사추천권이라는 단서를 달아 국회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저소득·비정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인권적 기능을 하는 최저임금이 정략적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우려가 커졌다. 만일 국회가 공익위원을 추천하게 된다면 어느 정당이 다수당이 되느냐에 따라서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권이 어떻게 최저임금을 정쟁의 수단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당사자들이 교섭해왔던 대표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이다. 사회적 대화의 틀은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협의를 통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를 기조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 기존의 사회적 대화 기구의 기능을 무력화 하는 방안을 발표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개악이 된다면 그동안 주장해왔던 사회적 대화는 그저 허울 좋은 말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와 숙의에 바탕한 민주적인 결정구조는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은 500여만 저임금 노동자들이 즉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부의 독단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이러다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노정관계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30여년 동안 지속돼온 최저임금위원회 결정구조와 운영구조에 여러 문제점이 있고 개선되어야 할 점도 많다. 하지만 사용자 이해를 대변해온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는 이런 일방과 독단으로는 안 된다. 최저임금은 최대 다수 노동자의 생존권에 영향을 미치는 국민임금이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사회적 대화의 시금석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정부가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악을 철회하고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의 틀 안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대안을 심사숙고하여 논의하고 매듭지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9년 1월 8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