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과 사실을 왜곡 조작해
김남수 편집부장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검찰을 규탄한다
법원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혀 시시비비를 가려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작년 5월 17일 파업 중 목숨을 끊은 염호석 열사의 시신운구를 방해한 혐의(장례식방해 등)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이정구 부천분회장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남수 편집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남수 편집부장은 작년 초 센터에 입사하여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헌법 위반인 ‘무노조경영’을 기업 경영이념인 양 고수하고 있는 대기업 삼성에 맞서 비정규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투쟁해 나가는 모습에 깊은 연대의식이 싹텄다고 한다. 그러던 중 염호석 당시 양산분회장이 투쟁의 승리를 위해 몸을 바친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고, 이 소식을 들은 김남수 편집부장은 깊은 슬픔에 빠져 2014년 5월 18일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 조문하러 갔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갖은 탄압을 받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결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비정규노동단체 상근자가 조문가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장례식장 입구에 전경 3개 중대가 출몰했고, 갑작스레 들이닥친 전경들은 조합원들을 다짜고짜 진압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김남수 편집부장은 진압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하며 조합원들과 함께 진압하는 전경들을 몸으로 막았다. 경찰 측에서는 경고 방송을 했다고 하나 실제로 조합원들과 김남수 편집부장은 전경들이 진압하는 이유를 듣지 못했으며, 다른 곳도 아닌 장례식장 앞에서 무례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병력을 보며 모두 분노했다. 결국 경찰의 염호석씨 시신 침탈 과정에서 김남수 편집부장은 연행되었고, 장례식 방해와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서경원 검사가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김남수 편집부장을 “前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었던 자로 現 비정규노동센타 회원”이라고 명기하는 등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진압 이유를 몰라 진압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음에도 “장례식장의 출입문 및 운구차의 진행 등을 막고 운구하지 못하도록 다중의 위력을 행사”하였다며 멋대로 죄를 뒤집어 씌웠으며, 경찰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애쓰면서 몸으로만 막았음에도 대질 신문 한 번 없이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 순경을 밀쳐 왼쪽 무릎 십자 인대 부상을 입히는 등 죄질 또한 극히 불량”하다고 명기한 바 있다. 사실과 거리가 먼 조작에 가까운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영장청구였던 만큼 당연히 기각됐다.
김남수 편집부장은 장례식을 방해한 적이 없다. 고약하리만치 적은 임금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으면서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을 더는 보기 힘들다며 제 몸을 바친 염호석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조문을 갔을 뿐이다. 심연보다 깊은 슬픔이 감도는 장례식장에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강경진압 일변도로 쳐들어온 경찰병력의 무례함에 항의했을 뿐이다. 삼성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는 설설 기면서 노동자 앞에서는 예의도 상식도 없이 활개치는 ‘민중의 지팡이’에게 외쳤을 뿐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고, 다짜고짜 침탈할 것이 아니라 우선 진압 목적을 밝히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신원을 조작하고, 죄를 뒤집어씌우고, 알지도 못하는 피해자를 만들어 낸 검찰은 결국 사건을 법원으로 넘겼다. 앞서 구속 기소되었던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은 같은 건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법원은 염호석 열사의 유지보다는 유족의 의사가 먼저이고, 경찰들이 출동한 건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유족은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경찰이 강제 탈취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관계로 보면 아무런 죄가 없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간부와 김남수 편집부장이 과도한 공권력의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어야 할 당사자는 바로 자결한 당사자의 유지와는 정반대로 시신을 강제로 빼돌려 참담하게 유린한 경찰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부당한 노조 불인정과 폭력적인 노조 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자결한 염호석씨의 죽음은 삼성 재벌 자본에 의한 타살이라고 규정하면서, 장례식장까지 침탈해 들어와 시신을 강탈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공권력이 적반하장으로 정상적인 장례 절차를 요구한 사람들을 연행하고 구속까지 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강력하게 규탄한다. 특히 단순 조문객이었던 김남수 편집부장에게 있지도 않은 죄를 들씌워 불구속 기소한 사실은 대한민국 공안검찰이 여전히 얼마나 천박한 수준에 머물러있는지 가감없이 드러낸 것일 뿐이다.
우리는 이후 법원이 신원도 파악 못한 채 사실까지 왜곡한 검찰의 부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기소에 대해 정의의 잣대로 제대로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 다시는 이런 부당한 공권력 남용으로 피해를 입는 국민이 있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노조경영이란 삼성의 위헌경영이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므로 이번 기소 건을 계기로 시민사회가 삼성의 노조 불인정과 노조 탄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지금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흐르면서 3개 센터가 폐업돼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합법적인 노조 활동으로 자신의 권익을 개선하고자 애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힘으로 억눌러온 삼성 재벌이 무노조경영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변함없이 맞서싸울 것이다.
2015. 2. 12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