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셀의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의 <노동조합 파괴>를 보상하는 아이템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무감각한 노동조합 파괴 게임은 피폐화된 한국사회에서 결국 자기 파괴의 풍조로 확산될 것입니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최상위 그룹에 속해있는 게임 중 하나가 공격적 마케팅으로 유명한 ‘클래시오브클랜(Clash of Clan)’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 <노동조합 파괴자>라는 도전과제가 주어지고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하는 내용이 있다. 도무지 뜬금없다. 게임안의 마을을 건설하는 캐릭터인 장인이 들어있는 ‘장인의 집’ 25개를 파괴하면 주어지는 보상인데, 이 도전과제가 느닷없이 <노동조합 파괴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장인의 집’을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느냐, 외국어로는 어떻게 표기되어 있느냐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비정규센터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는 사업장 사례는 크게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한다. 최저임금‧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 일상적인 인격모욕이 벌어지는 사업장, 고용불안 상태에 있는 사업장이다. 비정규직에게는 이런 사업장이 다반사이다. 그런데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분석결과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 중에 노동조합이 있는 사람은 12.5%이지만, 비정규직 가운데 노동조합이 있는 사람은 2.1%에 불과했다. 6월말이면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정해진다. 그런데 같은 분석에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2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많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노동조합 같은데 가담하지 말고, 혹여 노조에 들더라도 앞장서지 마라”는 말이다. 왜 그런가? 정부가 앞장서서 노동조합 혐오주의를 퍼트리고, 사용자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막무가내로 사업장에서 내쫓아 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헌법이니 노동3권 따위는 따지지도 않겠다. 최저임금 위반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임을 뻔히 알면서도 알량한 급여의 사업장에서 목숨부지하기 위해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가?
노동청에 신고를 하라고요? 사업장 떠날 각오를 해야죠. 근로감독을 강화하라고요? 한 사람의 근로감독관이 수천 개의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불가능하죠. 거의 유일한 해법이 노동조합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뿐이다.
오늘 현재 한국 노동조합—특히 연합단체가 자기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도 많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조합 파괴>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게임이라고 해서 무감각하게 <노동조합 파괴>가 일상화 되는 것은 권리구제에 취약한 상태에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양심과 권리를 포기하고 루저(loser)로서 현실에 순응하라는 광포한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부역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섭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의 <노동조합 파괴자> 도전과제는 즉각 삭제되어야 한다.
2015년 6월 5일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관악정책연구소 ‘오늘’,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 구로구근로자복지센터, 군산비정규노동인권센터, 노원노동복지센터, 대전비정규노동센터, 부산비정규노동센터,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서대문구근로자복지센터, 서울노동권익센터,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수원시비정규직노동자복지센터,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안양군포의왕비정규직센터, 영등포산선비정규노동선교센터, 우리동네노동권찾기모임, 울산동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음성노동인권센터, 익산비정규직센터, 인천비정규노동센터,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청주노동인권센터,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평택비정규노동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상 30개 단체,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