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대한민국 국민과 노동자가 거부한다.
2016년 적용 최저임금안 당장 재심의하라!
지난 7월 9일 새벽, 노동자위원들이 빠진 가운데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그야말로 졸속적으로 결정되었다. 절차상으로 보나, 내용상으로 보나 하자 투성이인 201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우리 국민과 노동자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첫째, 2016년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 제17조4항을 위반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 노·사·공 일방의 출석 없이도 의결할 수 있도록 한’ 제17조4항의 단서조항을 근거로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만 출석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퇴장한 노동자위원들에게 출석요구조차 하지 않은 채 회의를 종료하고, 같은 날 열린 12차 회의에서 ‘2회 불출석’이라는 단서 조항을 임의적으로 해석·적용한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뿐만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자정을 넘기면 회의 차수를 변경하던 기존의 관행을 무시하고, 회의 차수 변경을 요구하는 노·사의 의견을 묵살한 채 회의를 강행하였다. 이는 7월 8일로 예정된 마지막 회의에서 반드시 심의를 끝내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되며, 결론적으로도 노동자위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졸속적으로 의결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2016년 적용 최저임금안은 내용적으로도 심각한 결함을 가진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올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향상하고 노동시장 내 격차를 해소하여 소득분배 상황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합리적 수준으로 심의·의결’해 줄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매년 최저임금 결정의 중심에 있는 공익안은 그야말로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어떤 해에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주요인으로 반영하고, 또 어떤 해에는 소득분배개선분과 협약임금인상률을 주요하게 반영하는 등 결정 기준이 오락가락이다. 올해는 또 ‘협상조정분’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결정근거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최종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조정하기 위한 여지를 둔 것에 불과할 뿐 그 법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공익위원들은 협상조정분에 생계비 요인을 일부 반영했다고 주장했지만 충분하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다. 생계비는 지난 3년 동안 평균 3.3% 인상되었으며, 2016년 적용 월 최저임금은 2014년 미혼단신생계비의 81%정도를 충족하는 수준에 그친다.
심의기간 내내 생계비를 둘러싼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최종 최저임금 결정 시에는 생계비와 같이 가장 주요하게 반영되어야 할 요인은 반영조차 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소득분배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의지도 미진하다. 2년 전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 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향후 5년간 매년 2.5%포인트를 소득분배개선분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런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2%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분배개선분을 포함시키더니 올해는 2.1%포인트를 소득분배개선분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고무줄이 따로 없다. 이런 기준 없는 안이 500만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양대노총이 외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2016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기업가의 입장이 가장 많이 반영되었으며(34.6%), 다음으로 정부와 정치인의 입장이 많이 반영(25.5%)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6년도 최저임금 시급 6,030원, 월 120여만원이 한 달 생활비로 부족할 것이라는 의견이 무려 78.3%로 넉넉할 것이라는 의견(7.9%)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최저임금 결정 시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으로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근로자의 월 생계비를 꼽았다. 이번 조사결과는 최저임금 결정에 노동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메커니즘과 우리나라 최저임금액이 한 달 생활을 지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 여론이 이러한데도 최저임금위원회는 일방적으로 결정한 기대 이하의 최저임금을 두고 ‘역대 최고 인상액, 6천원대 진입’이라는 수식어로 그들의 졸작을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시급 6,030원은 메르스 탓하며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최저임금 인상론자들의 비열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익위원들의 무능이 만들어 낸 졸작에 불과하다. 겨우 시급 450원 올리자고 올 초부터 정부, 정치권까지 나서 호들갑을 떨며 기대감만 높였던 것이라면 그 것은 누누이 얘기하지만 대국민 사기극이다.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해도 단돈 5만원을 손에 쥐지 못하는데 그런 최저임금 수준으로 언감생심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꿈꾸고, 내수진작을 기대하였던가! 2016년도 적용 최저임금액은 반드시 우리 사회의 소득양극화를 해소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결정되어야 한다. 양대노총은 고용노동부가 2016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재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즉각 요청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5년 7월 1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첨부파일 : 기자회견문 전체자료(여론조사 결과 등)